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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람속으로

메르켈 고별사 “증오에 맞서 민주주의 지켜야”

입력 2021-12-04 03:00업데이트 2021-12-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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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연방군 사열 퇴임행사서 강조
“16년 재임 나에게도 큰 도전”… 군악대 연주에 눈물 글썽이기도
차기 총리 숄츠엔 “성공 바라”
2일(현지 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의 국방부 청사 앞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가 독일 연방군이 수여한 ‘최고 명예시민상’을 들어 보이고 있다. 베를린=AP 뉴시스
퇴임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67)가 2일(현지 시간) “증오, 폭력, 음모론 등 가짜정보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또 올라프 숄츠 차기 총리 후보자(63)가 이끌 새 정부에 “많은 성공을 거두기 바란다”고 덕담했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수도 베를린 국방부 청사 앞에서 열린 ‘그로서 차펜슈트라이히’ 행사에서 “민주주의는 사실에 대한 신뢰, 비판과 문제를 바로잡는 능력, 상호 존중과 균형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증오와 폭력을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여기는 곳에 살고 있다. 증오에 맞서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그로서 차펜슈트라이히는 총리, 대통령, 국방장관 등이 물러날 때 연방군을 사열하는 일종의 퇴임식 행사다. 16세기 말 작센지방 군악대가 군인들에게 맥주통 꼭지를 두드리며 취침을 알린 것에서 유래했다. 행사의 주인공에게는 군악대가 연주할 3개의 음악을 고를 권한이 주어진다. 메르켈 총리는 펑크록 ‘넌 컬러 필름을 잊었어’, 찬송가 ‘주 천주의 권능과’, 독일 가요 ‘날 위해 빨간 장미 비가 내려야 해’를 신청했다. 특히 그는 첫 번째로 연주된 ‘넌 컬러 필름을 잊었어’를 들으며 잠시 눈물을 글썽였다. 유명 펑크록 가수 니나 하겐(66)이 부른 곡으로 메르켈이 자란 동독에서 1970년대에 큰 인기를 얻었다.

이날 검은 코트에 검은 장갑을 착용하고 등장한 메르켈 총리는 “16년의 재임 기간은 다사다난했고 정치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도 나에게 아주 큰 도전이었다”면서도 “동시에 나를 매우 충만하게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5년 시리아 난민 위기 등을 언급하며 “이런 위기들이 기후변화, 디지털화, 이민 등 우리 시대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기구와 다자 간 협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려준다”고도 했다. 특히 최근 2년간의 코로나19 대유행은 지도자와 과학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16년간 보내준 신뢰에 진심으로 고맙다. 신뢰는 정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상을 늘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볼 것을 추천한다”는 말을 끝으로 약 9분간의 연설을 마쳤다. 이날 행사에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국방장관, 숄츠 차기 총리 후보자 등이 참석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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