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오징어게임이 일깨운 명품 ‘K콘텐츠’ 구축 전략[광화문에서/김현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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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DBR 편집장
김현진 DBR 편집장
방탄소년단(BTS)에 뒤늦게 입덕해 해외 유튜버들이 BTS의 음악과 춤 등에 대해 논하는 리액션 영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음악 중심이었던 이들의 콘텐츠에 최근 몇 달간 변화가 생겼다. 이들 중 상당수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한국어 학습, 한국 여행 계획으로까지 확대되는 이들의 호기심은 K콘텐츠(한국의 문화 콘텐츠)의 한 분야에서 시작된 관심이 국가 브랜드에 대한 호감으로까지 연결됨을 입증한다.

BTS가 최근 1년여 기간 동안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무려 6곡으로 1위를 차지하고,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역사상 최대 시청 시간을 기록했으며 ‘미나리’ 등 영화는 물론이고 웹툰, 게임까지 선전하면서 K콘텐츠는 명실상부한 올해의 글로벌 히트 상품이 됐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한국을 ‘문화계 거물’로 지칭했을 정도다.

1등이 탄생하는 분야에선 관련 경제 생태계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국내외 미디어와 연구소들이 ‘BTS가 한국 대기업들과 같은 경제 창출 효과를 낸다’고 분석하면서 유행한 용어, ‘방탄 이코노미’는 최근 신종 사업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최근 각 소속사, 제작사와는 무관한 ‘아미(BTS 팬클럽) 코인’과 ‘오징어 게임 코인’이 등장해 피해자들을 낳는 등 K콘텐츠의 악용 사례가 종종 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 기여도와 부가가치 측면에서 ‘명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한국산 ‘명품 브랜드’, 즉 K콘텐츠를 지키기 위한 대응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K콘텐츠가 찰나의 유행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선 100년 이상의 역사를 유지한 럭셔리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참고할 만하다. 먼저 세계 1위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첫 단추는 이상적인 생산 기반 조성이다. 박영은 프린스슐탄대 경영학과 교수는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뜻의 그리스어 ‘메라키(Meraki)’처럼 창작자와 제작 전문 인력들이 디테일한 영역에까지 완성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처우 개선 등 제작 환경 측면에서부터 기업과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적재산권 보호 측면에서도 교훈을 찾을 수 있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들이 ‘콜베르 위원회’란 협회를 조직하고 정부와 함께 모조품 밀수 단속 등을 펼쳐온 것처럼, K콘텐츠의 지적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기업과 국가의 합동 전략도 필요하다. 또한 한때 변화에 보수적이었던 럭셔리 브랜드들이 최근 앞다투어 블록체인 기술로 위조품을 검증하고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 전용 상품을 내놓는 등 기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나선 점도 참고해야 한다.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를 입증하는 요소 중 하나는 원산지다. ‘메이드 인 프랑스’면 소비자들이 은연중에 명품이라는 정당성(legitimacy)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한국산이라면 믿고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 이러한 인식 구축이 K콘텐츠를 영원한 명품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김현진 DBR 편집장 bright@donga.com


#오징어게임#bts#k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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