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끊이지 않는 여가부 ‘아이돌보미’ 아동학대

김소영기자 입력 2021-10-21 16:58수정 2021-11-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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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정지·취소된 아이돌보미 63명
생후 7개월 된 아이 때려 징역형
교육은 피상적, 모니터링 인력도 미달
처우 개선해 전문성 높여야
올 2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A 씨. A 씨는 여성가족부와 연계된 지방자치단체에서 채용한 ‘아이돌보미’였다. 그는 지난해 6월 생후 7개월 된 아이를 돌보던 중 아이가 ‘빨리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십 차례 아이의 얼굴을 때리고 밀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의 부모가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집 안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등 아동에게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고자 했는데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건이 발생해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후 여가부는 A 씨의 아이돌보미 자격을 취소했다.

● 자격 정지·취소된 아이돌보미 63명
A 씨처럼 아이돌보미가 아동학대 등을 저질러 자격이 정지되거나 취소되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이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자격이 취소되거나 정지된 아이돌보미는 총 63명이다. 연도별로는 2018년 16명, 2019년 18명, 2020년 19명, 올해 8월까지는 1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63명 중 자격정지된 이들이 52명. 자격이 아예 취소된 이들은 11명이다.

아이돌보미는 여가부가 운영하는 일종의 공공 베이비시터 서비스다. 아이돌봄 지원법상 아이에게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가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를 소홀히 하는 등의 행위를 한 아이돌보미는 자격이 정지된다.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처벌을 받거나 자격정지 처분을 세 번 이상 받은 아이돌보미는 아예 자격이 취소된다.

올해 5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B 씨도 아이돌보미 자격이 취소됐다. B 씨는 지난해 8월 생후 8개월 된 아이를 돌보다 아이가 칭얼거린다는 이유로 “어렵다. 어쩌란 말이냐”고 고함을 지르며 아이의 등을 수십 번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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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보미 교육의 질 높이고 처우 개선해야”
여가부는 2019년 발생한 ‘서울 금천구 아이돌보미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아이돌보미 선발 요건과 교육 등을 강화하는 개선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돌보미로 활동하려면 80시간의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중 아동 권리 및 학대 예방 교육이 8시간이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양적으로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대부분 피상적인 내용에 그친다”고 교육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아이돌보미의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돌봄 서비스의 질을 관리하기 위한 모니터링 제도도 있다. 모니터링 담당자가 아이돌보미 제도를 이용하는 가정에 주기적으로 전화를 하고 필요할 경우 현장 방문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서비스가 제공되는 공간이 ‘가정’이다 보니 직접 방문하기에 한계가 있고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그마저도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게다가 모니터링 인력의 정원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 여가부에 따르면 시군구별 모니터링 전담인력은 정원이 227명이지만 올 9월 기준 198명만이 재직 중이다. 시도별 모니터링 인력은 올 8월 기준 정원 32명에 28명이 활동하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관리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 예산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아이돌보미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들의 처우가 개선될 때 더 전문성을 지닌 이들이 공공 돌봄 서비스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 의원은 “아이돌보미는 공공 돌봄 서비스인 만큼 부모들이 민간 베이비시터보다 더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어야 한다”며 “여가부가 돌봄 서비스 이용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더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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