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릉에 ‘K-바이오’ 이끌 최첨단 연구기지 우뚝

홍은심 기자 입력 2021-10-13 03:00수정 2021-10-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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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메디사이언스 파크’ 개원
백신-신약개발 최첨단 시설 마련… 국제 보건의료 전문 인력 배출도
의료 빅데이터 활용 역량 키우고… 안암-구로-안산 등과 시너지 기대
고려대 메디사이언스 파크 전경. 백신과 신약개발 허브로 운영 될 메디사이언스 파크는 바이오 메디컬 산업을 육상할 수 있는 연구실과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고려대 제공
고려대의료원은 바이러스와 감염병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갖고 있다. 1976년 신증후성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고 백신인 ‘한타박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고려대의료원이 서울 정릉에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고 백신과 신약 개발의 허브가 될 최첨단 연구기지 ‘메디사이언스 파크’를 세웠다. 의료원은 이곳에서 미래 먹거리 산업인 바이오 메디컬 분야를 이끌어갈 계획이다.


바이오메디컬 연구기지이자 신약 개발의 요람으로

고려대 메디사이언스 파크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다. 약 2만4000m²(약 7270평)에 이르는 대지는 바이오 메디컬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자랑한다. 고려대를 비롯한 9개 대학과 병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5개 연구기관이 인접해 있다. ‘홍릉 바이오 클러스터’라 불리는 이곳은 5200여 명의 박사급 연구 인력이 모여 있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지식단지다. 서울시는 이곳의 연구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바이오 스타트업 플랫폼인 ‘서울바이오허브’를 조성했다. 지난해에는 홍릉강소연구특구로 지정되면서 바이오메디컬 융복합 연구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고려대의료원은 메디사이언스 파크 조성을 통해 바이오메디컬 연구, 산업, 교육의 전진기지이자 신약 개발의 요람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대표 시설로는 ‘정몽구 백신혁신센터’가 있다. 최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백신센터 건립에 보태라며 사재 100억 원을 의료원에 전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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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혁신센터에서는 백신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와 후보물질 유효성 평가, 전임상 연구 플랫폼 등을 수행한다.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감염병 관련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감염위험도가 높은 바이러스를 연구할 수 있는 ABSL3, BSL3 등의 연구시설도 구축된다.

기업-대학-연구소-병원 협력도 이끌어


첨단기술융합학과와 대학원, 디지털헬스케어, 의료데이터 산업체 등이 입주하는 동화바이오관도 들어선다. 동화바이오관은 동화그룹(회장 승명호)이 30억 원을 기부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이곳에서 특수분야 국제 보건의료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기업, 대학, 연구소, 병원의 산·학·연·병 협력을 이끌 계획이다. 동시에 GMP(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시설을 유치해 협업한다. 최대 32개 기업이 입주할 수 있으며 현재 입주 기업을 모집 중이다.

새로 신설된 의료정보학교실과 관련 연구시설도 메디사이언스 파크로 자리를 옮겨 빅데이터 역량을 키워 나갈 계획이다. 정밀의료, 맞춤형 의료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면서 의료빅데이터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의료정보학교실은 의료정보를 관리하고 가공해 원격의료, 가상병원 등 새로운 형태의 의료 서비스를 창출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해 효율적인 의료 체계를 확립한다.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은 “고려대 메디사이언스 파크가 완공되면 가장 먼저 집행부를 포함한 의료원 헤드쿼터(본부 부서)가 이동 한다”면서 “고려대의 융합 연구 인프라와 연구 중심 임상테스트 베드인 안암·구로·안산병원 그리고 홍릉 바이오의료클러스터 등이 시너지를 내면 고려대 메디사이언스 파크는 세계 수준의 연구 단지가 될 것”이고 강조했다.

정릉과 청담을 포함해 고려대의료원 산하의 각 캠퍼스가 모두 자리 잡게 되면 국내 어떤 곳과도 차별화되는 의료기관으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고려대의료원은 현재 논의 중인 기존 안암, 구로, 안산의 뒤를 이을 제4병원의 입지가 가시화되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미래형 병원으로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각계각층 기부금, 차세대 백신-치료제 개발에 사용


고려대의료원은 ‘Again, 65만의 기적’ 캠페인(65캠페인)을 통해 200억 원을 모금했다. 65캠페인은 고려대의료원 발전위원장인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의 기부로 시작해 100일 동안 국내외 다양한 지역에서 참여했다.

작년 코로나19 성금을 지원했던 고대경제인회(회장 승명호)는 이번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해 하루 만에 목표 모금을 달성했다.

캠페인에는 반평생을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거주하며 그저 고려대가 좋아서 기부했다는 한종섭 여사를 비롯해 고려대의료원에서 치료받고 코로나19 감염에서 회복했다는 환자, 임종한 환자를 대신해 기부한 보호자, 백신혁신센터에 100억 원을 기부한 정몽구 명예회장 등 다양한 사람이 동참했다.

고려대의료원 관계자는 “목표액을 훨씬 초과한 200억 원이 모금됐다”며 “지금도 많은 분들이 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모금된 기금은 정릉 메디사이언스 파크에서 진행될 차세대 백신과 치료제 개발, 국내외 보건의료인 교육 플랫폼 구축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고려대 인프라 총동원… 백신 연구개발에 총력”
인터뷰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감염병이 출몰하면서 ‘우리는 왜 백신을 만들지 못하는가’에 대한 자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전문가뿐 아니라 국민들도 백신, 치료제 같은 신약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사진)은 백신 연구의 전초기지로 떠오른 ‘메디사이언스 파크’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고려대의료원은 백신 개발 및 연구 활동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고려대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메디사이언스 파크 구축을 결정했다”며 메디사이언스 파크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많은 연구실, 기업이 뛰어들었지만 기대한 만큼 성과가 부진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아직 글로벌 제약사들처럼 신약 개발까지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나.

신약 개발이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바뀌면서 천연물 신약화가 가능해졌다. 이는 빅데이터 강국인 우리나라도 신약 개발 가능성에 한 발 다가섰다는 얘기다.

백신과 신약 개발은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대학의 실험실 연구자들이 중요하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실과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좋은 예다.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과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인재들이 모여들고 협업할 수 있는 바이오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다. 포스닥도 유치할 수 있다. 메디사이언스 파크는 체계적인 실험 공간에서 제대로 된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인프라, 플랫폼을 제공해 백신과 신약개발 전문가와 기업들에 방향과 길을 안내할 북극성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거다. 그러면 우리도 신약 개발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의료원의 헤드쿼터까지 정릉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들었다.

집행부서의 이동은 의미가 있다. 혼을 담아 성공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것이다. 가치를 추구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의료원이 이 사업에 많은 준비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집행부서뿐 아니라 연구의 핵심인 백신개발팀, 신약개발팀이 간다.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의료정보학교실이 이동하고, 그동안은 대학 내 연구소에 있던 임상의사들도 새로 만들어진 실험실에서 자유롭게 연구를 할 수 있다.

―의지가 느껴진다. 메디사이언스 파크에 들어올 기업들 유치도 한창이라고 들었다. 어떤 기업들이 들어오나.

메디사이언스 파크는 백신과 신약, 투트랙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그에 맞는 바이오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메디사이언스 파크의 가장 큰 장점은 인적 인프라다. 이번에 가는 백신전문가팀은 단백질 전문가, 바이러스 전문가, 유전체 전문가, 면역학 전문가, 세포학 전문가들이다. 어벤저스팀을 구성했다.

실험실의 연구자와 의료원의 인프라는 기업의 임상을 도와줄 수 있다. AI를 이용해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것도 우리의 소프트 파워다. 데이터중심병원에 걸맞은 독자적인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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