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하느라 꿈 미루는 청년 없도록 중저금리 대출 지원합니다”

조유라 기자 입력 2021-09-30 03:00수정 2021-09-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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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크레파스솔루션 대표
‘저신용자’ 신세인 청년들
성실함이 곧 신용
27일 서울 마포구 크레파스솔루션 사무실에서 만난 김민정 대표. 크레파스솔루션은 청년들에게 중저금리의 소액 대출을 제공한다. 대안신용평가 알고리즘으로 신용도를 판단해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건전한 고객을 찾아낸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학교 끝나면 카페에 아르바이트 갔다가 집에 오면 녹초가 돼요. 공부 시간을 더 갖고 싶은데….”

크레파스솔루션의 김민정 대표(48)는 성실하지만 금융 서비스 이용 기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제도권 대출에서 제외돼 고금리로 내몰리는 청년들을 위한 기업을 설립했다. 우연히 만난 대학 후배의 고민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는 2016년 크레파스솔루션 창업으로 이어졌다. 이후 5년간 약 800명에 달하는 청년들에게 중저금리의 대출로 생활안전망을 제공했다.

○“알바하고 왔어요” 생각을 바꾼 말 한마디

27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나 크레파스솔루션의 창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1997년 그가 연세대 국제대학원을 졸업한 직후 우리나라에서는 신용평가가 막 도입되고 있었다. 김 대표는 그때부터 20년간 금융권에서 개인 신용평가 모형을 만드는 업무를 해 왔다. 2015년 김 대표는 모교인 이화여대에서 열린 홈커밍 데이에 참석했다. 한창 대화와 술잔이 오가던 오후 9시쯤 한 재학생이 카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뒤풀이 자리에 뒤늦게 앉았다. ‘해외 원조 전문가’가 꿈이라는 학생은 월세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과외로 아이들도 가르치며 말 그대로 ‘1분 1초’가 부족했다. 김 대표는 “그때 대학 환경이 예전과 달리 많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후배처럼 성실히 꿈을 위해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지금의 금융서비스는 너무 장벽이 높다고 느꼈다. 청년들이 필요한 목돈은 학자금과 취업준비 자금, 생활비 정도로 몇 백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1금융권에서는 청년들이 저신용자로 분류돼 소액 대출조차 받을 수 없어 고금리로 내몰렸다. 금융 활동을 할수록 등급이 올라가는 현재 신용등급 구조상 취업을 하지 못한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의 신용등급이 낮은 것은 당연했다. 김 대표는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할 시간을 마련하려면 의식주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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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에게 필요한 금융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금융 기록으로 신용등급을 평가하지 않는 제도를 만드는 게 급선무였다. 김 대표가 찾은 대안은 빅데이터와 디지털 흔적이다. 크레파스솔루션은 이를 기반으로 대출 신청자의 성실성, 안정성, 커뮤니티와의 결합성 등을 평가해 신용도를 판단한다. 대출 신청자의 애플리케이션 업데이트 정도, 배터리 충전 수준, 캘린더 일정 기록, 주고받는 메시지의 유형 등을 수집해 생활 유형을 분석한다. 김 대표는 “똑같은 신용등급 5등급이더라도 사람마다 성향은 다 다르다”면서 “프로그램을 통해 5등급 중에서도 성실히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갈 수 있는, 삶에 대한 목표가 있는 사람을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을 위한 ‘따뜻한 금융’

2018년 크레파스솔루션이 첫선을 보인 청년 금융 ‘청년5.5’는 5.5%의 고정금리로 최대 500만 원을 빌려준다. 2021년 9월까지 약 800명의 청년이 크레파스솔루션의 대출을 통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했다. 자본금은 크레파스솔루션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의 사회적 가치 투자로 충당한다.

대출을 신청한 청년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부모님의 병환으로 갑작스레 가장이 된 청년, 소방관 임용시험을 두 달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줄이고 시험에 집중하고자 했던 청년, 교원 임용이 됐으나 발령대기 상황이라 생계 유지가 막막했던 청년, 학교에서 지원하는 해외 유학 장학생에 선정됐으나 현지 생활비를 구하지 못한 청년 등 현실과 꿈의 기로에 선 청년들이 크레파스솔루션의 도움을 받았다.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으나 자기부담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마음을 졸인 청년 창업가도 크레파스솔루션의 문을 두드렸다.

크레파스솔루션의 대출을 이용한 청년들의 연체율은 3∼4%로 높지 않다. 대부분의 청년이 급한 불을 끈 뒤 성실하게 대출금을 갚아나갔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사연을 보고 대출 여부를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안신용평가라는 알고리즘이 건전한 고객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크레파스솔루션의 대출을 신청한 청년들도 기존 제도권 금융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실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크레파스솔루션은 지난달 대안정보 신용평가사로 금융위원회 예비인가를 승인받았다.

크레파스솔루션은 지난해 행복나래㈜에서 진행하는 ‘임팩트 유니콘 공모전’ 대상 기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기업가치 1조 월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인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소셜벤처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1년간 SK로부터 투자를 받고 SK계열사와의 사업 협력 지원, 사업비 지원, 법률자문 등을 받는다. 크레파스솔루션은 SK텔레콤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금융 정보가 없더라도 정확한 신용평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청년들이 필요한 목돈을 자신의 신용보다 비싼 금액으로 조달하지 않아도 되는, 그래서 고금리 대출로 밀려나 경제적인 고통을 받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중저금리 대출#김민정#저신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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