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부동산 실망·佛 방역 불만에 흔들리는 유럽 정치 지형

김윤종 파리 특파원 입력 2021-09-16 03:00수정 2021-09-1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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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을 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서 의무화 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는 수도 파리 시민들이 11일 파리 7구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든 플래카드에 ‘코로나19로 간병인, 간호사 등 의료계 종사자의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는 문구가 보인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김윤종 파리 특파원
《1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7구의 보건부 청사 앞에서 수백 명의 시위대가 도로를 두고 경찰과 대치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 증명서 의무화 반대’를 외치며 이날까지 9주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 파리에서만 약 2만 명이 참가했다.》

시위대는 이 사안을 내년 4월 10일 대선과 연계시킬 뜻을 분명히 했다. 회사원 리오넬 씨(50)는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4)이 재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마크롱 정권의 방역 정책은 잘못됐다”며 국민 개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크롱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라도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53)를 찍겠다는 사람이 꽤 있다”고 덧붙였다.

하루 뒤 르펜은 남부 프레쥐스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하며 “마크롱 정권이 전염병을 핑계로 권력을 휘두른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중도좌파 사회당 소속 안 이달고 파리시장(62)도 대선 출마를 선언해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시작됐다.

현재 유럽은 ‘선거의 계절’을 맞이했다. 앞서 13일 총선을 실시한 노르웨이에서는 좌파 연정이 집권했고 17∼19일에는 러시아 총선이 열린다. 무엇보다 유럽연합(EU) 최대 경제대국 독일이 26일 총선을 통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임자를 선출한다. 2005년 11월 집권 후 16년간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의 지도자 역할을 해온 메르켈의 후임자가 누가 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EU의 ‘두 축’인 독일 총선과 프랑스 대선 결과에 따라 유럽의 정치지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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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집권 기민당 패배 가능성

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심에 아르민 라셰트 집권 기독민주당 대표(왼쪽)와 올라프 숄츠 사회 민주당 대표의 선거 포스터가 붙어 있다. 26일 총선에서 기민당과 사민당 중 어느 당이 1당이 되느냐에 따라 둘 중 한 명이 16년간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이어 새 총리에 오른다. 프랑크푸르트=AP 뉴시스
독일 총선에서는 현 집권당인 기독민주당이 패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12일 여론조사회사 ‘인사’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이 26%로 1위를 차지했다. 기민당과 기독사회당 연합은 20%에 그쳤다. 지난달 24일 또 다른 여론조사회사 ‘포르자’ 또한 사민당이 23% 지지를 얻어 기민·기사 연합(22%)을 제쳤다고 보도했다. 친환경을 앞세운 녹색당(15%),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11%), 좌파당(6%) 등이 뒤를 이었다.

기민당의 저조한 지지율은 우선 아르민 라셰트 대표(60)의 인기 하락과 관련이 있다. 1월 당 대표가 된 라셰트는 줄곧 메르켈에 비해 카리스마와 당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독일에서만 약 2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7월 대홍수 당시 피해 현장에서 웃는 모습이 포착돼 지지율이 급락했다. 최근 그는 당 지지율과 별도로 ‘차기 총리 후보로 누가 적합하냐’를 묻는 조사에서도 올라프 숄츠 사민당 대표(63)는 물론 아날레나 베어보크 녹색당 대표(41)에게도 밀려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도좌파 사민당은 제1당이 되면 녹색당, 좌파당과 연합해 좌파 연정을 출범시킬 뜻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숄츠 대표가 메르켈에 이은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함부르크 시장, 노동장관, 재무장관 등을 거쳤다. 말실수가 적고 안정적인 이미지가 돋보이나 ‘로봇 같다’는 평도 있다.

부유세 등 좌파 공약 득세


숄츠 대표와 사민당의 선전은 기민당의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 특히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사민당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80% 이상의 시민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수도 베를린에서는 임대료 상승이 심각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독일 부동산재단(ZIA)에 따르면 2013∼2019년 베를린의 신규 계약 임대료는 27% 올랐다. 2017년에는 시민들이 20평대 소형 아파트의 월 임대료로 500유로(약 69만 원)를 지불했지만 현재 1000유로 이상을 줘도 집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사민당은 엄격한 임대료 제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기민당은 더 많은 주택 공급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더 많은 주택이 생겨도 집을 소유하기 힘든 젊은 유권자들은 사민당 정책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젊은 유권자들은 연금 고갈로 자신들이 훗날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도 크다. 사민당은 연금 수급 연령을 높이지 않겠다고 했지만 기민당은 연금체계 개편이 없으면 공멸이라며 일정 부분 고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민당은 또한 현재 9.5유로(약 1만300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1년 안에 12유로로 인상하고 부호들에게 1%의 부유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7월 대홍수로 기후변화 정책 역시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 역시 우파보다는 녹색당 등 좌파 진영에 유리한 분야다.

좌파 정당의 강세는 13일 노르웨이 총선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부터 집권했던 중도우파 연정이 8년 만에 패했다. 노동당이 이끄는 중도좌파 연합은 부자 증세, 기후변화 대응 등을 적극 주창해 집권에 성공했다. 노르웨이의 정권교체로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5개국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최초 女대통령 노리는 佛 르펜

프랑스에서는 극우 르펜 대표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득표자가 2차 결선 투표를 치른다. 2017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대표가 결선투표에서 대결할 가능성이 높다. 3일 공영방송 프랑스앵포의 조사에서 마크롱은 24∼26%, 르펜은 19∼23%의 지지율을 보였다. 여론조사회사 IFOP의 조사에서도 마크롱과 르펜의 격차는 3∼5%포인트에 불과하다. 5년 전 결선투표(22%포인트)에 비해 격차가 대폭 좁혀졌다.

르펜은 단순히 반난민, 반이슬람 정서에만 기대지 않겠다며 좌파 정책도 대폭 차용할 뜻을 밝혔다. 코로나19와 봉쇄 등으로 실업 증가, 자영업 폐업 등 서민경제가 팍팍해진 탓이다. 그는 최근 민영화된 고속도로를 국유화해 통행료를 현재보다 15% 낮추고, 국영방송을 민영화해 정부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르피가로 인터뷰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은 ‘세계화의 후보’인 반면 나는 ‘국민의 후보’”라며 마크롱 정권하에서 대도시 고학력 엘리트만 잘사는 세상이 됐다고 비판했다. EU의 양 날개 노릇보다 프랑스에만 집중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르펜의 당선은 2016년 6월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 같은 해 11월 미 대선에서의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승리, 강경한 브렉시트 찬성론자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2017년 7월 집권 등에 맞먹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평했다. FT는 “독일에 이은 EU 2위 경제대국 프랑스에서 극우 대통령이 나오면 국내외로 파괴력이 엄청난 ‘정치적 지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부동산 실망#방역 불만#유럽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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