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헌재]존중이 사라진 시대, 더 돋보인 지터의 ‘RE2PECT’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입력 2021-09-15 03:00수정 2021-09-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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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연인으로 불렸던 데릭 지터(전 뉴욕 양키스)가 9일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열린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 입회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쿠퍼스타운=AP 뉴시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20세기 말 이후 미국프로농구(NBA)를 상징하는 선수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8)이다. 골프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가 있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은 누구일까.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꼽는 야구의 아이콘은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47·전 뉴욕 양키스)다.

지터는 당대 최고의 유격수였다. 양키스 선수 최다 안타(3465), 최다 도루(358), 최다 출전 경기(2747) 기록을 갖고 있다. 포스트시즌 등 큰 경기에도 강했다. 지터는 2001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당시 애리조나 마무리 투수 김병현(42)을 상대로 연장 끝내기 홈런을 때렸다. 경기가 길어지면서 날짜를 하루 넘겨 11월 1일에 터진 홈런 덕분에 ‘미스터 노벰버(11월)’란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가치는 ‘숫자’에 있지 않았다. 지터는 2003년부터 은퇴 마지막 해였던 2014년까지 11년간 주장을 맡았다. 양키스에서 주장 자리는 가시밭길 그 자체다. 최고 인기 팀인 양키스는 모든 게 주목의 대상이 된다. 팬들은 열정적이고, 미디어는 극성맞다. 무엇보다 ‘보스’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1930∼2010)가 있었다. 취임 후 23년간 20차례나 감독을 바꾼 바로 그 괴짜 구단주다.

20대에 처음 주장이 된 후 지터는 팀의 구심점이 됐다. 스타 선수가 즐비하던 양키스에서 모든 갈등을 조율한 게 바로 지터였다. 마이너리그를 포함해 23시즌 동안 양키스 한 구단에만 몸담은 그는 5차례나 팀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놨다. 1994년 선수들의 파업으로 월드시리즈도 열지 못하며 위기에 빠진 메이저리그는 다시 호황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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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터 리더십의 본질은 다름 아닌 존중이다. 지난주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열린 명예의 전당(HOF) 입회식에서 한 18분여의 연설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바로 감사와 RESPECT(존중)였다. RESPECT는 지터의 또 다른 이름이다. 나이키는 몇 해 전 지터를 모델로 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RESPECT와 그의 등번호 2번을 합친 ‘RE2PECT’란 단어를 썼다.

그는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해준 많은 이들을 언급했다. 감독, 코치, 동료 선수들은 물론 스카우트, 트레이너, 프런트까지 두루 챙겼다. 자신을 믿어준 그들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버지 샌더슨은 어린 지터에게 “다른 이에게 말하기 전에 먼저 인내심을 가지고 듣고, 생각하라”고 가르쳤다. 어머니 도로시는 “어떤 꿈이든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말을 끊임없이 했다.

어릴 때도, 프로에 와서도, 스타가 되어서도 지터는 항상 이 말들을 실천하려 했다. 그는 후배 선수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야구는 희생과 헌신, 규율과 집중의 게임이다. 위대한 팬들 덕분에 야구라는 경기는 지금도 계속된다. 경기에 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라. 야구를 존중하라.”

올해 KBO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팬에 대한, 무엇보다 야구에 대한 존중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평범하지만 너무나 기본적인 ‘존중’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보게 된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데릭 지터#지터 리더십#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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