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회견 몇시간 전에야 입당 결심”… ‘이슈 블랙홀’ 제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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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경선 레이스 본격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에게 입당 원서를 
제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전격적인 입당으로 전남 방문 일정 중이었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윤 전 총장, 권 위원장, 박진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에게 입당 원서를 제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전격적인 입당으로 전남 방문 일정 중이었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윤 전 총장, 권 위원장, 박진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확실한 정권 교체를 국민께 보여주자. 국민의힘 안에서 더 많은 국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정당으로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겠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3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서 캠프 참모들과 긴급회의를 소집한 뒤 이 같은 입당 결심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또 “소소한 것들로 좌고우면할 필요 없다. 처음부터 경선을 해 깨질 건 깨지고 당당하게 가야 당 외연도 넓어지고 나도 더 당당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고 한다. 캠프의 좌장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도 “오늘 알았다”고 할 정도로 그의 입당은 전격적 결정이었다. 윤 전 총장의 입당으로 8월 30일 시작되는 제1야당의 대선 경선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경선 룰을 둘러싼 기 싸움과 당내 검증 공방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 “尹, 입당 결심한 지 몇 시간 안 돼”


윤 전 총장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가진 입당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입당이 더 넓고 보편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해 입당을 결심했다. 결심한 지는 몇 시간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당적이 없는 상태에서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시간을 좀 더 갖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불확실성을 없애고, 당적을 가진 신분으로도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분들의 넓은 성원과 지지를 받기 위해서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어디를 가든 ‘언제 입당하냐’는 질문이 전체 질문의 반 정도 될 정도였지 않나”고도 했다.

사흘째 비공개 행보를 이어가던 윤 전 총장은 당초 8월 초중순 등을 두고 입당 시기를 고민해 왔다. 29일 밤부터 윤 전 총장이 ‘8월 2일’에 입당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30일 새벽까지 지인들에게선 입당을 만류하는 메시지가 쏟아졌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이때도 “아직 민심 행보를 가야 할 곳이 더 있고, 사람들을 만나 들어볼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캠프에서 “앞으로 계속되는 입당 전망 보도를 두고 옥신각신하다 윤 전 총장의 다른 긍정적 이슈마저 덮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윤 전 총장은 밤새 고민한 뒤 전격적으로 입당 일정을 앞당겼다고 한다. 이른바 ‘이슈 블랙홀’을 제거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날 입당 기자회견은 호남을 찾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휴가 중인 김기현 원내대표도 없이 진행됐다. 이 대표는 오전에 기자들에게 “입당은 당 일정과도 맞아떨어지는 게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윤 전 총장의 입당 소식을 확인한 오후엔 “제가 주장한 ‘경선 버스론’에 윤 전 총장이 화답해 줬다. 심지어 8월에 출발하는 버스에 한 달 전부터 먼저 앉아 있겠다는 것이라 의미가 상당하다”고 했다.

○ 尹, “경선 룰은 ‘본선 경쟁력’ 감안해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당원과 국민의 걱정을 크게 덜어주셨다.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했고, 홍준표 의원은 “경선에서 치열하게 상호 검증하고 정책 대결을 펼쳐 무결점 후보가 본선에 나가 원팀으로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자”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윤 전 총장은 자신이 입당한 당이 창출한 박근혜 대통령과 그 주변 세력을 국정농단 세력으로 구속하고 수사했던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는 예비경선에선 일반시민 여론조사 비중을 100% 적용하기로 했고, 당헌 당규상 본경선에선 선거인단 50%, 일반 여론조사 50% 방안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본경선에서의 당원 비중이 높아서 당내 세력이 적은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에게는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경선 룰에 대해 “당에서 결정한 바에 저는 따르겠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면서도 “가장 공정한 룰이라는 건 본선 경쟁력을 감안하는 게 공정하다고 일반 국민이 인식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후보들 간의 세력화 경쟁과 검증 공방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당내에서는 “친최(친최재형), 친윤(친윤석열) 그룹이 최대 계파를 형성했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김경진 전 의원을 비롯해 윤 전 총장을 돕는 호남 인사들이 대거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또 다음 달 2일 국민의힘 초선 공부 모임인 ‘명불허전보수다’에 강연자로 나서 ‘윤석열이 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주제로 특강을 할 예정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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