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펜싱 사브르 금1-동1 김정환
구본길 오상욱 김준호와 귀국
“경기 늘 촬영하신 선친도 큰 힘”
“세상을 깜작 노라게 하야주십요.”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글씨, 맞지 않은 맞춤법은 진심을 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세상을 떠난 한국 펜싱 사브르 대표팀 ‘맏형’ 김정환(38)의 외할머니 고(故) 박혜경 씨 유품 상자 속에서 발견된 기도문이다.
기도 덕분이었을까. 김정환은 도쿄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안고 후배 구본길(32) 오상욱(25) 김준호(27)와 29일 귀국했다. 전날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딴 그는 올림픽 메달만 4개(금 2, 동 2개)나 수집하면서 아시아 최다 올림픽 펜싱 메달리스트라는 영광을 안았다. 은퇴 후 복귀하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나선 도쿄 올림픽이 그에게는 잊지 못할 무대가 됐다.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된 김정환의 아버지 고(故) 김광부 씨도 그를 성장시킨 원동력이었다. 생전에 아버지 김 씨는 늘 아들의 경기장을 찾아 비디오테이프를 찍은 뒤 집에 돌아와 조언을 했다. 김정환의 집에는 아버지가 찍은 테이프가 100개가 넘는다. 김 씨는 아들이 올림픽에 오르는 꿈을 꿨지만 이를 보지 못한 채 2009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김정환에게는 아버지와 함께 다녔던 낚시가 소중한 추억이다. 초등학생 시절 겨울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경기 포천의 낚시터를 찾아 잉어 향어 붕어 등을 낚았다. 고기가 잡히지 않는 날이면 “집에 가자”는 아버지의 말에도 오전 3, 4시가 넘게 버티는 승부욕을 보이기도 했다.
김정환의 어머니 김경우 씨(71)는 “애 아버지는 아들 말이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아들이 올림픽에서 뛰는 걸 보지 못하고 간 게 마음이 아프다”며 울먹였다. 어머니 김 씨는 고생하고 돌아온 김정환에게 그가 평소 좋아하는 강된장과 호박잎, 새우젓찌개 등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큰 경기가 끝나면 김정환은 경기 광주시 오포에 있는 아버지 산소를 찾는다. 그는 “자가 격리 기간이 끝나면 이번에도 아버지 산소를 찾아 뵐 것”이라며 “이번 올림픽은 나이도 예전 같지 않아 정말 어려웠다. ‘두렵고 외로운 순간마다 저와 함께해 주시고 저를 지켜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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