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연기 인생 첫 승려 역할… 내안의 번민을 돌아봤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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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8일의 밤’서 퇴마사로 변신
코로나 영향으로 넷플릭스 공개…독특한 ‘불교 오컬트’ 소재 주목
봉인서 풀린 요괴 막는 인물, 초능력 가진 인물이라 호기심
영화서 말하는 ‘번뇌’에 공감…더 양보하고 살기 위해 노력

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컬트 영화 ‘제8일의 밤’에서 전직 승려 진수를 연기한 배우 이성민(위 사진). 아래 사진은 영화 속 진수가 요괴를 물리치기 위해 염주를 손에 쥐고 산스크리트어로 주문을 외우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컬트 영화 ‘제8일의 밤’에서 전직 승려 진수를 연기한 배우 이성민(위 사진). 아래 사진은 영화 속 진수가 요괴를 물리치기 위해 염주를 손에 쥐고 산스크리트어로 주문을 외우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제8일의 밤’은 ‘불교 오컬트’라는 참신한 소재로 주목받았다. 그간 한국형 오컬트에도 종교인은 자주 등장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2015년)에서는 귀신에 씐 아이를 구하기 위해 베테랑 신부와 젊은 신부가 힘을 합쳤고, ‘사바하’(2019년)는 사이비 종교를 파헤치는 목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687만 관객을 모은 ‘곡성’(2016년)에 이어 14일 개봉하는 ‘랑종’도 퇴마에 무속신앙을 접목했다. 하지만 불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승려가 퇴마의 중심에 서는 영화는 드물었다.

제8일의 밤에서 퇴마의 중심에 선 승려 역할을 배우 이성민(53)이 맡았다는 점은 소재의 참신함을 배가시켰다. 드라마 ‘미생’에서 회식과 업무에 찌든 직장인의 얼굴로 익숙한 이성민이 그의 연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승려를 연기했다. 전직 승려인 진수는 세상에 지옥을 불러들일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을 막기 위해 그와 동행하는 동자승 청석(남다름)과 8일간 사투를 벌인다. 6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일반적이고 사실적인 연기를 주로 해왔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판타지적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르영화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콘스탄틴’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고 했다.

영화는 2500년 전 요괴가 지옥문을 열어 인간에게 고통을 주려 하고, 부처가 요괴를 ‘검은 눈’과 ‘붉은 눈’으로 나눠 봉인하면서 시작된다. 이 중 붉은 눈이 봉인에서 풀려나 검은 눈을 만나 합치려 한다. 붉은 눈이 징검다리 7개를 건너 8일째에 검은 눈과 만나면 세상이 지옥으로 변하기에 승려 진수가 이를 막으려 나선다. 이성민은 “유튜브에서 양자역학에 관한 강의 영상을 보고 이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은 빛의 반사이기에 내가 보고 느끼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만약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다른 인지능력을 가진 이가 있다면 그의 눈에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라는 호기심이 생기던 차에 시나리오를 받았다. 진수가 그런 초능력을 가진 인물이라 관심이 갔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배우 이성민
배우 이성민
이성민은 영화에서 “번민하는 자의 눈은 검다. 번뇌하는 자의 눈은 붉다. 번민은 검고 번뇌는 붉다. 산 자와 죽은 자 모두 분노와 절망하며 사는 세상, 그곳이 지옥이다”라고 말한다. 외부의 악인 요괴가 문제의 시발점이지만 영화는 결국 인간 내면의 분노와 절망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는 “진수는 교통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고, 교통사고 가해자의 아들인 청석에 대한 분노로 그를 죽이려 하지만 결국 그를 용서한다. 그게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번뇌와 번민을 안고 살아간다. 나에게도 있다. 이를 없애기 위해 좀 더 양보하고 좀 덜 탐내고 욕심 안 부리며 살려고 한다”고 전했다.

제8일의 밤은 당초 극장 개봉을 목표로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넷플릭스 공개를 택했다. 이성민이 주연을 맡은 영화 ‘기적’도 개봉이 무한 연기된 상태다. 그는 “제작이 다 된 영화가 아직도 몇 편이나 남아있다. 코로나19로 영화들이 언제 개봉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지금은 영화 촬영을 잠시 미루고 있다. 농사를 쉼 없이 지어 창고에 쌓인 농산물은 많은데 아무도 안 사가니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하나 고민하는 시점”이라며 “난 오히려 일을 할 때 몸이 더 좋다. 영양제도 챙겨 먹고 적당히 긴장하고 살아서 그런 것 같다. 모쪼록 밀린 영화들이 빨리 극장에 걸려서 관객을 만나고, 관객들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이어가는 환경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넷플릭스 영화#제8일의 밤#불교 오컬트#이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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