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중현]일본 수출 규제 2년

박중현 논설위원 입력 2021-07-02 03:00수정 2021-07-0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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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일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의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일제강점기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관련 일본 기업들이 배상해야 한다고 한국 대법원이 판결한 데 대한 보복이 분명했다. 반도체 기업들 발등엔 불이 떨어졌고, 한국인의 반일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됐다.

▷한 달 뒤 일본 정부는 한국을 수출관리 우대조치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법령까지 의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해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일본산 소재·부품을 대체할 국산기술 개발과 수입처 확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육성은 현 정부 산업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2년이 지난 지금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반도체 세척에 쓰이는 고순도 불화수소는 솔브레인, SK머티리얼즈 등 국내 기업이 양산을 시작해 2년 전 40%가 넘던 일본산 비중이 13%로 뚝 떨어졌다. 미세회로를 그릴 때 쓰이는 포토레지스트,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여전히 일본산을 80% 이상 쓰지만 비중이 조금씩 줄고 있고, 한국 기업들의 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 자국 기업들의 피해가 커진 데다 반도체 주요 생산국인 한국 시장을 놓칠까 봐 일본 정부가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지 않은 것도 피해가 적은 이유 중 하나다.

▷악영향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훨씬 컸다. 불매운동 타깃이 된 유니클로의 한국 매장 수는 2년 전 190개에서 138개로 줄었고, 작년 아사히맥주 한국 매출은 전년 대비 72% 감소했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선 미국차가 일본차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 수는 2019년 7월 56만2000명에서 작년 1월 31만 명으로 줄었다가 코로나19 이후 전무한 상태다. 두 나라를 오가는 상품, 사람이 모두 줄면서 작년 한일 교역 규모는 136조 엔(약 1387조 원)으로 관계 악화 전인 2018년보다 20.6%나 위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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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재·부품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대기업 중심 압축성장이 낳은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었다. 하지만 올해 1∼4월 소재·부품 수입액 중 일본산은 15.0%로 2001년 이후 가장 낮아지는 등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소재·부품산업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관심은 중요하지만 수출의 힘으로 경제 규모 10위에 오른 한국이 ‘수입 대체 국산화’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게다가 미중 간 경제 패권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까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한국 경제의 도약을 위해서라도 일본과의 경제 협력관계 복원을 언제까지나 미룰 순 없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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