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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흔들림 없는 K소부장… ‘연대와 협력’으로 기술 독립

입력 2021-07-02 03:00업데이트 2021-07-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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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 그 후 2년
R&D 혁신 투자로 특허 1280건 출원… 생산설비 증설-M&A 통해 위기돌파
소재-부품 분야 日 의존 ‘역대 최저’… 산학연 연합 해외 공급망 선점 총력
《2019년 7월 대한민국 소재, 부품, 장비산업의 일대 전환점이 닥쳐왔다.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와 부품의 한국 수출 규제를 전격 발표한 것이다. 정부는 이에 맞서 소재, 부품, 장비, 즉 ‘소부장’ 자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소부장 강국’을 기치로 산업 취약점의 혁신적 강화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그로부터 2년 후,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소부장경쟁력 강화 2년의 성과’에 따르면 소재·부품·장비 핵심 품목의 일본 의존도는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과정을 되짚어 보고 ‘진격의 K-소부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불화수소-레지스트 등 규제 3대 품목 공급 안정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내 제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으리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정부는 일본의 기습 수출규제 한 달 만에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내놨다. 그로부터 만 1년 만에 ‘소부장 2.0 전략’을 수립했다. 그리고 한국의 소재, 부품, 장비산업 일본 의존도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정부의 신속, 과감한 정책 주도로 민관이 소부장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협력한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소재부품 종합정보망’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의 소재·부품 누적 수입액은 813억6961만 달러다. 이 가운데 일본 제품은 118억7089만 달러로 14.6%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작년 같은 기간 15.7%보다 1.1%포인트 낮아진 수치며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2003년 최고치였던 28.0%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낮아진 셈이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사태 등 공급망 충격은 오히려 국내 소부장 산업의 잠재력과 자립 의지를 일깨운 계기가 됐다.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수요 대기업과 중소 생산기업이 긴밀한 연대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게 되어 유기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일본 수출규제 3대 품목(불화수소, 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은 수입 다변화, 국내 생산 확대, 해외기업 투자 유치, 대체소재 채택 등을 통해 위기를 돌파했다. 그 결과 약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1건의 생산 차질도 없이 공급이 안정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안보적 중요성과 산업 파급효과가 큰 338대 핵심 품목을 선정하고, 연구개발(R&D) 투자, 신·증설, 수입 다변화, 인수합병(M&A) 등 다각적 방식을 통해 공급 안정성을 크게 확보해 가고 있다.

올해는 특히 차세대 기술 확보에 중점을 두고 △첨단 소부장 및 빅3 산업 기술 등에 R&D 투자 확대 △소부장 으뜸기업 선정(22개) △특화단지 지정(5개) △글로벌 협력 R&D 본격 추진 등 굵직한 정책 과제들을 연이어 발표했다.

2019년 소부장 R&D 지원 2년 만에 성과
일본 수출규제 직후 정부는 우리 주력산업 생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자체 기술 확보가 시급한 분야에 추경 자금을 긴급 투입했다.

그로부터 2년 만에 8000억 원의 경제 유발효과와 3000명이 넘는 신규 고용 창출 등 정책성과가 나타났다. 이 가운데 수요-공급 기업이 함께 참여한 R&D를 통해 기업 매출이 3306억 원 증가했고 4451억 원의 민간 투자가 이뤄졌다. 신규 고용은 3291명 늘어나고 특허 1280건이 출원됐다.

윤창현 산업부 소재부품장비총괄과장은 “통상 R&D 지원 사업이 결실을 보는 데 6년은 걸리는데 긴급 상황에서 과감하고 혁신적인 지원으로 1년 반 만에 가시적 성과를 올렸다”며 “앞으로 R&D 과제들이 순차 종료됨에 따라 경제적 효과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2조1000억 원 규모로 신설된 ‘소부장 특별회계’를 올 2조6000억 원 규모로 확대하면서 소재·부품·장비산업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흔들림없이 강력한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M&A-투자유치 전략으로 첨단 생산기지 가속화
지난 2년간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100대 품목에 대해 최소 96건의 생산설비 신증설 투자가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효성의 탄소섬유 생산설비 증설, 2019년 하반기 SKC의 블랭크 마스크 공장 신설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7건의 해외 기업 M&A도 성사시키며 100대 소부장 핵심 전략 기술 중 5건을 추가 확보하기도 했다.

정부가 유턴 보조금을 확대하는 등 첨단 산업 투자유치를 위해 노력하자 2017년 2개에 불과했던 국내로 돌아온 소부장 유턴 기업 수는 2019년 14개, 지난해 18개로 급증했다.

여기에 정부는 올 2월 5곳에 소부장 특화단지를 지정해 첨단산업 클러스터 구축과 지역 균형발전의 토대도 마련했다. 지역별로 경기(반도체), 충북(2차전지), 충남(디스플레이), 전북(탄소 소재), 경남(정밀 기계) 등이다.

공급 안정성-협력 생태계 구축해 미래기술 확보
정부와 기업이 공급 안정화에 힘쓰고 있지만 안팎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망 충격이 여전히 경제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산업부는 민관이 손잡고 기업 간의 긴밀한 연대와 협력을 통한 생태계 강화를 해결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의 협력지원 체계는 기업들의 기술애로를 해소하는 밀착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R&D부터 양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산학연 협력으로 △공공 테스트베드 구축 △신뢰성 향상 △양산성능 평가 △37개 공공연구원으로 구성된 융합혁신지원단 △12개 우수 대학 소부장 기술전략자문단 등이 지원의 세부 방안이다. 첨단 미래기술 개발을 앞당겨 민관이 손잡고 앞으로 다가올 글로벌 공급망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IMM인베스트먼트의 정일부 대표는 “올해 새롭게 선보인 으뜸기업과 특화단지, 글로벌 R&D 추진 등은 스케일부터 지금까지의 지원방식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면서 “제대로만 추진된다면 K소부장 산업 생태계가 더욱 단단해지고 우리나라가 첨단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중심축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편 한국전지산업협회 정순남 부회장은 “최근 R&D부터 양산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소부장 연대와 협력의 파장이 번지고 있는 것은 소부장 생태계 강화를 위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하고 “이 같은 노력들이 실효를 거두려면 정부는 소부장 산업에 대한 R&D, 세제, 규제완화 등에 대해서도 정책적인 지원을 계속하고 공공연구소, 산업기관, 각 대학 등도 소부장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 및 장비 등을 지원하는 데 더욱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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