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윤완준]文, 中에 얻어맞더라도 할 말 할 수 있나

윤완준 정치부 차장 입력 2021-06-21 03:00수정 2021-06-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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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정치부 차장
지난해 말 한국 주최로 열린 국제회의. 중국 측은 한사코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를 회의에서 정식으로 거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이니셔티브는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의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배제하는 데 맞서 중국이 내놓은 구상이다. 중국의 5G 기술 표준을 존중하는 글로벌 규칙을 만들겠다는 것. 그러자 일본이 “그 이니셔티브를 회의에서 정식 의제로 제기하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회의 당일까지 “거론하겠다”는 중국과 “절대 안 된다”는 일본이 평행선을 달렸다. 중간에 낀 한국이 난감해졌다고 한다. 중국은 기어코 그 얘기를 꺼냈고 일본은 정식 의제가 아니라며 무시했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중국 견제는 동맹 경시와 맞물려 실체 없이 좌충우돌했다. 정부는 미중 사이 모호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외교의 달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다르다.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개국 협의체) 정상회의에 이어 일본 한국을 차례로 규합하더니 주요 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무대 삼아 유럽을 중국 포위를 위한 동맹으로 복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패권적”이라고 했다. 미국의 힘을 내세워 동맹들에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는 중국을 함께 압박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그게 세계 질서의 현실”이라고 했다. “한국도 미국에 궤도를 맞추면서 중국에 한 대 맞더라도 우리가 할 말을 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나아갈 때가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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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미중이 극한 경쟁을 벌이는 5G와 반도체 등 첨단기술은 미중이 결국 공급망을 디커플링(단절)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제조업 공급망은 미국도 중국 시장에 의존도가 큰 만큼 디커플링하기 어렵다. 이런 정교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원칙을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차이나 리스크’를 지나치게 키우지 않는 선에서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낼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 정부의 모습은 그런 치밀함보다 당장 중국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 견제에 동참한 성격이 분명한 한미 정상회담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G7 정상회의 일부 세션에 “특정국을 겨냥하지 않았다”고 하는 식이다.

중국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중국 정부 소식통은 기자에게 “‘중국’ 표현이 없어도 우리를 겨냥한 걸 다 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뒤 “불장난하지 말라”는 중국 외교부의 주장에 미일 정상회담 성명 때보다 수위가 낮다는 점만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우리가 다음에 어떻게 나올지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G7 참석 직전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편향된 장단에 놀아나지 말라”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통화 뒤 양국이 결과 발표 내용을 조율할 때 한국은 공개를 원하지 않았던 대목이다. 그 ‘경고’가 중국 발표의 가장 첫머리에 들어갔다. 정상이든 고위급이든 다음 한미 회담 뒤 정부가 발표할 자료에 “인도태평양”을 다시 강조할지 지켜볼 일이다.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국제회의#문재인 대통령#중국#인도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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