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병원 반년의 헌신 “덕분에 다시 내일을 기약”

이미지 기자 입력 2021-06-14 03:00수정 2021-06-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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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코로나전담1호 박애병원 6개월
794명 치료, 600명 완치 퇴원… “어떤 환자도 거절한 적 없어”
의료진 “회복 소식 들은 환자, 어깨춤 추고 감사 표해...피로 싹”
전담병원 9곳 지정해제 예정… 박애병원 “끝까지 전담병원 남을 것”
벽면 가득 메운 “감사해요” 국내 1호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경기 평택시 박애병원 1층에 코로나19 입원 환자들의 손편지가 붙어 있다. 김병근 원장은 “환자들이 의료진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1층과 엘리베이터 등 병원 곳곳에 손편지와 메모를 남겼다”고 말했다. 박애병원 제공
“‘할머니, 드디어 일반 병실 가실 것 같아요’ 했더니 호흡기를 낀 할머니가 말씀은 못 하시고 두 팔을 들어 ‘얼씨구절씨구’ 어깨춤을 추시더라고요. 그럴 땐 저도 피로가 싹 가시죠.”

13일 경기 평택시 박애병원 정재순 마취과장이 환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완치돼 퇴원한 80대 할머니 이야기를 전하면서다.

정 과장은 4월부터 국내 1호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박애병원 중환자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다. 올봄 군의관에서 전역한 뒤 곧장 이곳 근무에 자원했다. 그가 이곳에 온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20여 명의 환자가 유명을 달리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환자들이 상태가 호전돼 퇴원하거나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겼다.

<박애병원에 입원했던 코로나19 완치자가 간호사들에게 쓴 손편지 일부>
“중환자분들께 상태가 나아졌다는 소식을 전하면 말 대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만세’를 하시거나, 의료진 손을 꼭 잡고 감사를 표하세요. 그럴 땐 이 일을 하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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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2일 박애병원이 첫 번째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되고 6개월이 흘렀다. 당시 하루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가는 등 3차 유행이 거세지자 정부는 일반 의료까지 마비될 것을 우려해 거점전담병원을 지정했다. 전체 병상의 3분의 1 이상을 코로나19 환자 전용병상(상급종합은 10% 이상)으로 두게 한 것이다. 민간병원인 박애병원이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12월 15일 기존 입원환자를 모두 인근 병원으로 옮겼고, 크리스마스이브였던 24일부터는 코로나19 환자만 받았다.

이달 13일까지 반년간 794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박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심장질환을 앓는 80세 할아버지, 출산을 앞둔 28세 임신부, 지적장애가 있는 18세 청소년 등 치료가 어렵거나 까다로운 환자도 많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무리 심각한 상태의 환자라도 박애병원은 단 한 번도 이송 요청을 거절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김병근 원장은 “모든 게 함께한 의료진들의 헌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기존 의료진뿐 아니라 정 과장처럼 전국 곳곳에서 함께 일하겠다고 자원한 의료진이 많았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신지훈 교수는 본인의 휴가와 안식월을 헌납하고 박애병원에서 환자들 콧줄을 끼고 정맥주사를 놓는 ‘허드렛일’을 자청했다. 13일에도 근무하던 신 교수는 “휴가 중에 보람된 일을 하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794명의 환자 중 600명이 코로나19에서 완치돼 병원을 나갔다. 병원 1층에선 이들이 남긴 편지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한 완치자는 “억장이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여러분의 아낌없는 노고와 헌신으로 내일을 기약하게 됐다”고 적었다. 한 사망자의 유족은 “폐쇄회로(CC)TV로 어머니 마지막 가시는 걸 봐야 했지만, 간호사 두 분이 자식처럼 너무 정성스레 챙겨줘 진심으로 감사했다”며 편지를 남겼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중증환자가 줄면서 전국 거점전담병원 11곳의 중증환자 병상가동률은 22.0%까지 떨어졌다. 준·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40∼50%대다. 정부는 병상 정상화를 위해 6월 말까지 2곳을 지정 해제하고, 예방접종 상황을 지켜보며 9월까지 7곳을 추가 해제할 계획이다.

박애병원은 끝까지 전담병원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뜻을 정부에 밝혔다. 김 원장은 “마지막까지 누군가 남아야 한다면 우리가 남을 것”이라며 “끝까지 환자를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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