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성 없이 단합만 강조하고 끝난 文-與초선 맹탕 간담회

동아일보 입력 2021-06-04 00:00수정 2021-06-04 08:53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청와대에 모인 민주당 초선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초청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초선 의원들에게 “나도 초선 의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동지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초선 81명 중 68명이 참석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더불어민주당 초선 모임인 ‘더민초’ 소속 의원 68명을 청와대로 불러 단합과 외연 확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좋은 가치를 갖고 있는 진보가 이를 구현하는 정책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단합하고 외연을 확장할 때 지지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지난달 민주당 신임 지도부를 초청해 ‘유능한 원팀’을 강조하더니 초선 의원들에게도 ‘선(先)단합’을 당부한 것이다.

이번 간담회는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정부 여당의 국정기조에 대해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초선 의원들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청와대 국정기조 등에 대한 초선 의원들의 쓴소리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를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듯한 인식을 드러내며 “지지자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대통령 말씀을 듣는 자리가 된 셈이다.

초선 의원들의 태도도 실망스럽다. 재·보선 참패 직후 초선 의원들은 더민초를 결성하고 집권세력의 안일함과 오만함에 대해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앞으론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간담회에선 부동산 세제 개편이나 조국 이슈, 청와대 인사 실책 등 민감한 내용은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사전에 발언권을 얻은 10여 명이 돌아가며 “재난 시기, 전시재정을 형성하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사업을 더 확대해야 한다” 등 정책 의견을 건조하게 개진했을 뿐이다.

간담회 시간이 촉박한 탓에 문 대통령은 “제기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마음에 새기겠다”며 뭉뚱그려 답변했다. 기념 촬영에 20분가량 소요된 것을 감안하면 실제 대화는 한 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역대 대통령들도 그랬지만, 수십 명의 의원들을 떼로 불러 덕담 수준의 대화를 나누는 권위적인 행사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시중의 뼈아픈 여론을 생생히 전달하고, 대통령도 성찰의 계기로 삼는 진정한 소통의 자리를 문재인 정권에서도 보기 힘들 것 같다.
관련기사

#문재인 대통령#더불어민주당 초선 모임#맹탕 간담회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