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황제의 폭력이 승리 위한 리더십이었다고?[Monday DBR]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입력 2021-05-31 03:00수정 2021-05-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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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 불스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시즌(1997∼1998)을 중심으로 제작된 ESPN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가 최근 큰 인기를 끌었다. 농구의 신으로 불리는 조던의 숨겨진 인간적 모습이 담겨 있어서다. 조던은 10차례 득점왕과 5번의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농구 선수이지만, 1984년 데뷔 후 1991년까지는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아버지가 납치 후 살해된 일로 한없이 무너지며 전성기에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완벽한 성공 신화 이면의 인간적 문제를 숨기지 않고 다룬 것이 더 큰 감동을 줬다.

주목할 점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동안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이던 조던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는 것이다. 더 라스트 댄스에 공개된 조던은 대단히 무례하고 못되게 구는 동료, 그리고 리더다. 조던이 농구 실력만큼이나 ‘트래시 토크(trash talk·상대의 기를 꺾는 말)’에 뛰어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상대 팀만이 아니라 같은 팀 선수에게도 연습 중 폭언을 일삼았다고 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무례한 말을 맞받아친 동료 선수 스티븐 커(현 골든스테이트 감독)에게는 펀치를 날리기도 했다.

과거에는 조던의 이러한 행동이 승리를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다. 성질 더럽고 못되게 굴어야만 승리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조던 스스로도 이기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될 수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더 라스트 댄스를 보면 조던이 과연 승리를 위해 악역을 맡았던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동료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력까지 휘두르는 모습은 승리를 위한 행동으로만 정당화하기 어렵다. 조던이 폭군이었기 때문에 더 많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원인을 결과에 끼워 맞추는 사후 확증편향일 수 있다는 의미다.

오랫동안 스포츠는 폭군형 리더의 무례하고 고압적인 행동에 무척 관대했다. 오히려 성질을 부리는 것은 열정으로, 질책을 서슴지 않는 것은 독려로 보고 권장했다. 스포츠계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폭력 및 가혹행위에 분노하면서도 감독이나 리더급 선수들의 무례한 질책과 비난에 대해서는 필요악쯤으로 보는 경향이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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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의 폭력 및 가혹행위와 감독이나 리더급 선수의 무례함이 발생하는 원인은 강도에 차이가 있을 뿐 결국 승리 지상주의와 실력 제일주의다. 그렇지만 화를 잘 내고 예의 없는 리더가 승리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 때문에 스포츠계에서도 리더의 강압적이고 무례한 언행을 용인하고 미화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리더의 무례함은 스포츠 분야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한 취업 포털 사이트가 국내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폭언과 사회적 폄하는 오히려 늘어나고 수위도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등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도 있지만 아직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장 내 무례함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무례함이 만연한 조직은 개인의 심리적 안전감을 무너뜨린다. 심리적 안전감 없이는 업무 몰입, 조직 내 학습, 정보 공유, 혁신 행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무례함의 비용’을 쓴 미국 조지타운대 크리스틴 포래스 교수는 직장 내 무례함이 조직에 끼치는 피해를 비용으로 추산하면 1인당 1만4000달러(약 1500만 원)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부작용과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리더의 직장 내 무례함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처하는 조직은 드물다는 것이 문제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리더의 무례함이 미덕이라는 인식을 바로잡고, 조직 차원에서 리더십과 조직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DBR 6월 1호(322호)에 실린 ‘리더의 무례함은 대가를 치른다’를 요약한 것입니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농구황제#마이클조던#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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