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둘 다 가질 순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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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에서 흑인 투표권 제한 우려가 높은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흑인 인권단체 회원들이 “우리에게 투표권을 달라”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NBC 뉴스 화면 캡처
미국 조지아주에서 흑인 투표권 제한 우려가 높은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흑인 인권단체 회원들이 “우리에게 투표권을 달라”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NBC 뉴스 화면 캡처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며칠 전 우리나라도 선거가 있었지만 미국도 선거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조지아주의 선거법 때문입니다. 최근 공화당이 주도하는 조지아주 의회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투표 시간 및 장소, 신분 확인 규정 등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흑인의 투표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평소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 소극적이던 기업들은 줄지어 반대 성명을 내고 있습니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반대 표시로 조지아에서 열릴 예정이던 올스타전을 콜로라도주로 이전해 개최하기로 했죠.

△“This is Jim Crow on steroids.”

흑인 지지층이 많은 민주당은 개정안에 반대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스테로이드 주사 맞은(on steroids) 짐 크로법이다”라며 흥분합니다. 스테로이드 약물은 생체기능 강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짐 크로는 1800년대 연극에 등장했던 흑인 극중 인물의 이름으로, 과거 남부에서 많이 만들어졌던 인종차별법을 짐 크로법이라고 합니다. “개정안은 초강력판 인종차별법이다”라는 의미겠죠.

△“Are you listening Coke, Delta, and all!”

개정안을 막후 주도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카콜라, 델타항공에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지역 기업’들이 반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코크, 델타, 그리고 너희 모두 내 말 듣고 있는 거지!”라며 분노를 폭발시킵니다. 이 기업들에 대한 보이콧을 촉구하겠다는 겁니다.

△“Georgia companies can‘t have it both ways.”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복잡합니다. 개정안이 처음 입안되고 상정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별로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심지어 은근히 지지 태도까지 보였습니다. 그렇다가 개정안이 막상 통과된 후 사회적 반발이 거세지고 대통령까지 우려를 표명하자 그제야 반대 활동에 나섰습니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은 “기업의 두 얼굴”이라며 비판하고 있죠. 한 시민단체 대표는 “조지아 기업들은 양쪽을 다 가질 수 없다”며 정곡을 찌릅니다. ‘Have it both ways’는 ‘양다리를 걸치다’라는 뜻이죠.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선거#미국#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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