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입은 상처, 지금은 예술로 치유할 시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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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6인과 비대면 연쇄 대담’ 가진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오른쪽)과 정도언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정신분석은 무엇인가’란 주제로 비대면 대담을 하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오른쪽)과 정도언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정신분석은 무엇인가’란 주제로 비대면 대담을 하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었잖아요. 이제 치유를 시작할 시간이에요.”

2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정신의학, 마음, 예술’을 주제로 이 분야 전문가 6인과 비대면 연쇄 대담을 가진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은 4일 “치유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담에는 채정호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도언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양일모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장, 권준수 서울대 자연대 뇌인지과학과 교수, 신동근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원제 스님이 참여했다. 시립미술관은 대담에서 다룬 ‘상처’와 ‘치유’ 주제로 올해 전시를 이어간다. 선 관장은 2019년 1월 취임 이후 해마다 이런 방식의 ‘대담-전시’ 프로젝트를 통해 미술에 대한 깊은 통찰과 공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왜 올해 주제를 ‘마음’으로 정했나.

“지금 가장 힘든 건 마음이다. 치료의 타이밍을 놓치면 덧이 난다. 코로나19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치유를 미루면 효과가 없다.”

―대담 반응이 어땠나.

“시민과 예술가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민들은 대담 자체에 흥미를 보였고 대담 주제의 전시에 큰 관심을 보인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심리적 곡절을 겪는 예술가들도 치유와 위안의 기쁨을 얻었다.”

―어떤 대담들이 기억에 남나.

“채 교수의 이별을 애도하는 5단계가 떠오른다. 우리는 이별을 맞이했을 때 처음 부정하고 분노하다, 타협하고 우울해 하다 결국 수용한다고 한다. 권 교수 강의는 미술작가들에게 인기였다. 작가들은 선 하나를 완벽하게 긋기 위해 집착하는데 이런 행위가 강박이 아닌지 궁금해 한다. 권 교수는 그건 집중이라고 해명해 줬다. 강박은 스스로 멈추지 못할 때 온다. 우울한 감정은 예술의 원천이지만 우울증은 창의력을 저하시키는 퇴행이라는 그의 분석에 많은 예술가들이 공감했다.”

―전시 주제를 미리 대담으로 풀어내는 방식을 취한다.

“올해 대담 주제는 전시로 이어진다. ‘상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시작했고 ‘트라우마: 퓰리처상 사진전&15분’(7월)을 준비 중이다. 2019년 세계적인 건축가 페터 춤토어와의 대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전시 전 강연을 요청했는데 거꾸로 그가 대담을 제안했다. 대담은 청중이 넘쳐날 정도로 흥행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인공지능(AI) 주제의 대전비엔날레를 열면서 이 분야 전문가들과 대담을 했다. 시민들이 전시를 깊게 보기 시작했고 그 친근함으로 미술관에 전화를 걸어오는 일이 많아졌다. 내년에는 도시공학을 주제로 해볼 생각이다.”

―대담자 섭외에 많은 공을 들인다고 들었다.

“정말 많이 준비하고 설득한다. 올해의 경우 정신의학과 마음에 관한 서적 50권을 탐독한 뒤 대담자 리스트를 정했다. 장문의 메일을 보내 간곡하게 당부하고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정 교수를 섭외하기 위해 그가 동아일보에 연재한 칼럼 ‘정도언의 마음의 지도’ 3년 치를 모두 읽었다. 일가를 이룬 전문가이고 일정이 바빠 그래도 섭외가 쉽지 않았다. 최고의 전문가들의 탁견을 시민들에게 선사해 기쁘다.”

―대담 추진 과정에 시민을 우선 감안했다는데….

“대담자는 전문성을 예술적 통찰과 연결시킬 안목을 지닌 사람으로 선정했다. 그 안목을 대중이 알기 쉽게 풀어낼 수 있는지도 고려했다. 저술이 있는 사람을 골랐는데 이는 대담을 지켜본 시민들에게 더 공부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청중이 온라인으로 대담에 참여하게 했다.”

―공감미술을 추구하는데….

“우리는 타인이 같은 고통을 경험한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는다. 그 고통을 예술 작품에서 발견할 때 예술은 치유가 된다. 예술은 ‘남의 신발에 나의 발을 넣어 보는 것’과 같은 공감과 소통의 행위여야 한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코로나19#상처#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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