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부동산 엇박자… 與 “부족했다” 또 사과, 靑 “정책 전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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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D-5]
김태년 “부동산 앞에 개혁 무기력”… 이낙연 이어 이틀째 고개 숙여
與, 대출 등 잇단 정책수정 예고
“돈 풀려 집값 급등… 세계적 현상”
이호승 실장, 黨움직임에 선그어… 정권 말기 당청 마찰 커질수도

“내로남불 자세 혁파하겠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둔 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로남불’ 자세를 혁파하겠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당 구성원의 
비위 행위에 대해서도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겠다”고도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로남불 자세 혁파하겠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둔 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로남불’ 자세를 혁파하겠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당 구성원의 비위 행위에 대해서도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겠다”고도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부족했습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자세도 혁파하겠습니다.”

민주당 김태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를 숙였다. 전날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여당이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며 사죄한 지 하루 만이다.

○ 절박한 與, 연일 “잘못했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집값 폭등과 부동산 불패 신화 앞에 개혁은 무기력했다”고 부동산정책 실패를 사실상 시인했다. 이어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돌아선 2030세대 민심을 의식한 듯 “청년세대의 마음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청년세대의 막막한 현실과 치열한 고민을 경청하고 함께 해답을 찾는 데 부족했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김상조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의 임대료 인상 ‘내로남불’ 논란과 관련해서는 “스스로에게 더 엄격하고, 단호해지도록 윤리와 행동강령의 기준을 높이겠다”며 “당 구성원의 비위 행위에 대해서도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 여러분과 당의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 여러분들이 느끼셨을 실망감에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고 적었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원내대표가 박 의원에게 직접 강한 경고와 함께 자성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5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연일 “잘못했다”며 ‘읍소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 위원장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물론이고 김종민 양향자 최고위원 등도 공개 사과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민주당의 모습이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연일 대국민 읍소 전략을 이어가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임기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주요 선거를 앞두고서야 뒤늦게 사죄하는 집권세력의 전형적인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

야당은 여당 지도부의 연이은 사과에 대해 “그저 체면치레로 실패를 자인하는 행위는 도저히 일반 국민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여당의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부동산정책은 실패라고 자인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치에서 후회라는 것은 끝을 의미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 정작 靑은 “주택정책 일관성 중요”

하지만 이날 오후 청와대는 다급한 민주당이 최근 쏟아내는 부동산정책 방향 전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호승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부동산정책에 대해 국민들께서 많이 실망했고 어려운 분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이게 한국적인 현상만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유동성이 풀리고 그로 인해 자산가격이 실물과 괴리되면서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시장이 2월 중순부터 상당히 안정적인 쪽으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주택정책에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와 공시지가 속도조절 등 민주당이 최근 발표한 정책 방향에 청와대가 선을 그은 것. ‘청와대는 부동산정책 실패를 인정 안 한다는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20초간 침묵을 지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책 성공, 실패를 말하기에는 매우 복합적”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여당과 청와대의 이런 엇박자는 결국 정권 말 여권 내 역학관계와도 관련이 있다. 그동안은 당청이 4차 재난지원금 규모 및 대상, 재산세 감면 기준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각각 한 번씩 서로 손을 들어주며 균형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한쪽으로 확 기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5년 임기 내 정책을 마무리 지으려는 청와대와, 차기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민주당의 인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현상)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박효목·유성열 기자
#당청#부동산#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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