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바이든 “김정은 안 만난다” … 文 트럼프식 깜짝쇼 미련 버려야

동아일보 입력 2021-03-31 00:00수정 2021-03-3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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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은 29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북-미 정상회담 준비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접근 방식은 상당히 다를 것”이라며 “그것(김 위원장과의 만남)은 그의 의도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한편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뻔뻔스러움의 극치” “미국산 앵무새”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하며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자위권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의 이번 발언은 앞으로 ‘트럼프식 깜짝 정상회담’은 없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건 없이 김 위원장과 만나 북한에 정당성만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핵능력 축소에 동의하면 만나겠다”고 말했다. 결국 막바지 대북 정책을 검토하는 가운데 북핵 논의가 진전이 돼야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대북 인식은 문 대통령과 거리가 있다. 문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가 분명히 있다”며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직접 강조하며 만나자고 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비핵화 의지를 못 믿어 볼 수 없다는 모양새가 됐다.

이런 인식 차는 대북 대응에서도 나타날 수밖에 없다. 김여정은 남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언급하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이는 억지다. 유엔 안보리는 2006년 1차 핵실험 뒤 결의 1718호를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금지했다. 한국은 이런 결의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김여정의 ‘탄도미사일 궤변’이나 유엔 결의 위반에 대해 비판다운 비판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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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 간 ‘톱다운’ 해결에 집중하며 중재자까지 자처한 바 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실무회담을 우선시하는 ‘보텀업’으로 방향을 틀었으면 그에 맞춰 우리의 대응 방식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 수 있다는 ‘선순환 대화’ 집착에서 벗어나 미국의 새 대북 정책에 우선 힘을 실어줘야 한다.
#바이든#김정은#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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