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중고교에서 우울증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신건강 문제로 교육 당국에 상담, 치료를 의뢰한 학생이 3년 새 2배로 증가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마음건강 전문가 학교 방문 사업’을 통해 상담을 요청한 학생이 2022년 227명에서 올해 458명으로 늘었다. 이 사업은 정신건강이 위태로워 보이는 학생을 학교가 조기에 찾아 상담 및 치료를 연계해 주는 사업이다. 전문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증가, 부모와의 소통 부족 등 ‘관계의 단절’이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킨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과도한 SNS 사용이 청소년 정신건강과 직결된다는 것은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한양대 연구팀이 청소년 5만 명을 조사했더니 하루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쓰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스트레스, 자살 충동을 겪는 비율이 16∼22% 높았다. 국내 10대 이하 스마트폰 이용자는 하루 평균 1시간 38분간 유튜브를 보고, 49분간 인스타그램을 하는 등 SNS 사용 시간이 상당히 긴 편이다. 과도한 학업 부담으로 놀이 시간이 부족하고, 친구를 직접 만나지 못해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한국적 현실이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 반영된 결과다.
청소년들의 SNS 의존으로 부모와의 대화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부모는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고 아이는 학원 뺑뺑이를 도느라 가뜩이나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데, 요즘은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각자 스마트폰을 쥔 채 대화가 끊기는 현상이 나타난다. 자해나 자살을 시도하는 나이가 낮아진 것도 우려스럽다. 지난해 10대 자살률은 10만 명당 8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자해로 응급실을 찾은 인원은 약 5700명이었다. 전문가들은 부모, 교사 등 자신의 심리적 고통을 털어놓을 믿을 만한 어른을 찾지 못할 때 자신을 해치게 된다고 진단한다.
이처럼 SNS가 청소년 정서에 악영향을 미치자 호주는 16세 미만의 SNS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SNS를 규제한다고 부모와의 대화나 친구와 대면 만남이 저절로 늘어나진 않는다. 부모부터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이와 대화 시간을 늘려야 하고, 스마트폰이 유일한 탈출구가 되어버린 교육 현실도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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