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대 하루 150분 유튜브-인스타… 소통 단절이 ‘마음 병’ 키워

  • 동아일보

정신건강 상담 학생 급증
학원 다니느라 부모와 대화 부족
스마트폰 빠져 교류 어려움 겹쳐
스트레스-우울증-자살 충동 높아
“학부모-교사들 적극적 지도 필요”
일각 “호주처럼 SNS 금지 참고를”

초등학교 3학년 김서윤(가명) 군은 학기 초부터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교실을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선생님이 만류하는데도 교실 밖으로 나가 돌아다녀 아이들이 깜짝 놀랐다. 하루는 친구가 자신의 책상을 건드렸다며 욕을 하고 발로 친구 책상을 찼다.

담임교사는 학생 마음건강 전문가 학교 방문 사업을 의뢰했다. 전문가가 상담했더니 김 군은 스마트폰 없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에 불안감을 느꼈다. 집에서 밥 먹을 때나 외출할 때 부모가 조용히 시키기 위해 늘 스마트폰을 쥐여주다 보니, 스마트폰 없이 교실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마주하며 이야기하는 것에 적응하지 못했다.

최근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학생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부모와의 대화 부족, 스마트폰 과다 사용에 따른 소통 단절 등이 꼽힌다. 정부와 학교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학생을 지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부모, 교사 역할을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청소년 정신건강, 부모-교사 역할 중요”

정신건강 악화의 요인으로는 자녀-부모 간 소통이 줄어든 게 꼽힌다. 사교육을 많이 시켜 학원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느라 정작 자녀가 부모와 대화할 시간이 줄어드는 가정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비대면 상황에 익숙해진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학생들에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 불안이 복합적으로 발견된다.

마음건강 전문가 학교 방문 사업은 거점병원 7곳에서 임상심리사 등 정신건강 전문가가 학교에 찾아가 학생, 학부모, 교사와 상담을 진행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청소년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결국 부모와 교사다. 학생이 부모, 교사와 갈등을 겪어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는 만큼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은 크다.

김소영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전문가는 “부모가 자녀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며 “학교에서도 교사들이 정신과 질환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학생을 지도하는 것이 도움 된다”고 말했다. 정신건강 상담 학생 증가는 한편으론 그만큼 상담 및 치료 문턱이 낮아졌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자해나 자살 시도를 하는 연령대가 낮아지는 것도 우려할 대목이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 이사는 “견딜 수 없이 심한 정신적 고통을 신체적 고통으로 바꿔 불안 등을 완화하기 위해 (자해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해, 자살의 주요 원인은 자신이 힘들다는 걸 주변에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서다. 정 이사는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의 고민을 들어주는 소그룹 교육을 하고, 중고교에서는 자해 관련 생각이 들 때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 SNS 장시간 사용 정신건강 문제 초래

최근 청소년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부쩍 커진 건 스마트폰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확대다.

8년 차 상담교사인 정유선 교사노조 사무처장은 “방과 후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며 혼자 시간을 보내느라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하거나 언어 능력이 저하된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도 한국 학생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길다. 데이터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 10대 이하 스마트폰 이용자의 1인당 유튜브 월별 평균 이용 시간은 약 3만2652분에 달했다. 하루 평균 약 1시간 38분을 유튜브 콘텐츠를 보는 데 쓴 셈이다. 유튜브 다음으로 인스타그램은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이 약 49분으로 조사됐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둘만 합쳐도 하루 평균 2시간 30분에 육박한다.

한양대 의대 문진화 교수팀이 청소년 5만 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쓰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스트레스, 우울증, 자살 충동을 겪은 비율이 16∼22% 높았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SNS에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인공지능(AI) 사용 등 휴대전화 보는 시간이 늘어 타인과 소통하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며 “학생 정신건강의 문제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 프로그램, 인력, 재정 지원 등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일부에서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법으로 금지한 호주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기본권 침해, 우회 수단(VPN 등) 사용에 따른 음지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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