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90분이라 다행… 한일전 0-3 ‘요코하마 대참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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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 합류 못해 전력 기울어… 벤투 감독, 이강인 전방 배치 실험
경기 풀어갈 선수 없어 중원 내줘… 수비 복귀 느린 홍철 후방 공략당해
유효 슈팅 1개… 무기력에 팬 실망

한국 축구대표팀 원두재(왼쪽)가 25일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친선전에서 가마다 다이치와 공중볼 경합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졸전 끝에 역대 한일전 최다 점수 차 패배 타이인 0-3으로 완패했다. 역대 80번째 한일전에서 패하면서 한국은 상대 전적이 42승 23무 15패가 됐다. 요코하마=AP 뉴시스
한국 축구대표팀 원두재(왼쪽)가 25일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친선전에서 가마다 다이치와 공중볼 경합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졸전 끝에 역대 한일전 최다 점수 차 패배 타이인 0-3으로 완패했다. 역대 80번째 한일전에서 패하면서 한국은 상대 전적이 42승 23무 15패가 됐다. 요코하마=AP 뉴시스
10년 전 삿포로 참사보다 더 참담한 요코하마 굴욕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자존심이 걸린 축구 한일전에서 졸전 끝에 완패했다. 기술, 정신력, 투지 등 모든 면에서 무기력하게 밀렸다.

한국은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친선전에서 전반 2골, 후반 1골을 허용하며 0-3으로 완패했다. 2011년 8월 삿포로에서 0-3으로 패한 뒤 10년 만에 성사된 한일 평가전에서 한국은 다시 한번 힘 한번 제대로 못 썼다. 후반 들어 교체 멤버로 나선 골키퍼 김승규(가시와 레이솔)의 여러 차례 선방이 아니었다면 역대 한일전 최악의 망신을 당할 뻔했다. 역대 한일전 최다 점수차 패배 타이 기록(3점)을 세우면서 일본과의 맞대결 전적은 80전 42승 23무 15패가 됐다.

부상으로 25일 한일전에 나서지 못한 ‘슈퍼소니’ 손흥민(토트넘)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동료들을 응원했다. 손흥민 인스타그램
부상으로 25일 한일전에 나서지 못한 ‘슈퍼소니’ 손흥민(토트넘)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동료들을 응원했다. 손흥민 인스타그램
벤투 감독의 준비되지 않은 실험이 자충수가 됐다.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 이재성(홀슈타인 킬), 황인범(루빈 카잔) 등 공격과 미드필드의 주력이 될 해외파 선수들이 대거 부상 등의 이유로 나서지 못하면서 한국은 중앙 허리에서 이강인(발렌시아) 등의 탈압박을 통해 이동준(울산), 나상호(서울) 등의 측면 날개를 활용하는 것이 유일하고도 효과적인 경기 해법이었다. 일본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도 경기 전날 “강한 공간 압박을 통해 한국의 공을 뺏겠다”고 했고, J리그에서 뛰는 일본의 좌우 윙백 수비수들이 경험이 많지 않아 우리가 집중적으로 공략할 만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최전방 중심에 놓고 나상호와 남태희(알사드), 이동준을 주변에 세우는 ‘제로톱’ 전술을 내세워 가동 전력의 장점을 오히려 약화시켰다. 빠른 좌우 측면 전개에 능한 이강인이 본인의 자리인 미드필더로 뛰지 않으면서 모든 포지션이 삐걱거렸다. 이강인이 빠진 중원 라인을 일본은 더 강하게 전진 압박했고, 한국의 전방 공격수들에게는 패스가 제대로 연결되지 못해 이렇다 할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한국은 유효 슈팅수에서 일본에 1-10으로 크게 뒤졌다. 후반 39분에야 이동준의 발끝에서 한국의 처음이자 마지막 유효 슈팅이 나왔다. 안정환 MBC 축구해설위원은 “키가 작은 이강인(173cm)이 전방으로 가면 수비에서 긴 공중 볼만 연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라며 감독의 전술 선택을 아쉬워했다. 서형욱 해설위원도 “이강인은 첫 단추를 끼워야 할 선수인데 매듭을 짓는 포지션에 놓은 것이 아쉽다”고 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된 왼쪽 측면 수비수 홍철(울산)을 경기에 투입한 것도 패착이 됐다. 일본은 수비에서 빠른 역습 시 공격에 가담했다가 수비 복귀가 느린 홍철의 뒷 공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반대로 한국은 공격에서 느슨한 압박으로 일본에 여러 차례 완벽한 기회를 허용했다.

벤투 감독이 후반전에 이강인을 미드필더로 내리지 않고 오히려 교체한 것도 뼈아팠다. 허리의 세밀함이 떨어지면서 일본의 기만 더 살려줬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제로톱 전술을 통해 상대 측면을 공략하고 균열을 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며 전술 선택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또 “(손흥민 등) 해외파가 합류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패배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상처뿐인 한일전을 마친 대표팀은 26일 귀국 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4월 2일까지 코호트 격리를 하면서 훈련을 이어갈 계획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삿포로 참사#한일전#요코하마 대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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