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前 예고후 공공소각장 확충 없어
민간 위탁량은 3년새 2.4배로 늘어
처리-비용 불안정성 커질 가능성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뉴스1
내년부터 수도권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약 40%를 민간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 1월 1일부터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을 땅에 직접 묻는 ‘직매립’이 전면 금지되는데, 공공 소각시설을 확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최근 4년간 수도권 생활폐기물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1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2025년부터 직매립 금지가 예고된 이후 민간에 쓰레기 처리를 맡기는 비율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약 32만 t이던 민간 위탁량은 2023년 76만 t으로 3년 만에 2.4배로 증가했다. 전체 생활폐기물 가운데 민간 처리 비중도 같은 기간 9.2%에서 20.9%로 크게 뛰었다.
반면 공공 매립량은 약 79만 t에서 약 61만 t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매립 물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이 민간 위탁으로 이동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재 수도권 3개 시도의 32개 공공 소각장은 모두 처리 용량이 포화 상태로 가동 여력이 거의 없는 상태다.
문제는 내년부터 기존에 매립하던 쓰레기까지 소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2024∼2025년 통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도권 매립 쓰레기를 대부분 처리해 온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지난해 처리한 수도권 매립 쓰레기만 51만 t에 달한다. 이 물량이 민간 위탁으로 넘어갈 경우, 민간 처리 비율은 전체 생활폐기물의 약 40%에 이르게 된다.
민간 의존도가 커질수록 처리 비용과 안정성은 시장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부담이 일반 시민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크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직매립 금지가 예고된 이후에도 공공 처리시설 확충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며 “지금이라도 유인책을 마련해 공공 소각장을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쓰레기 소각비 38% 비싼 민간에 의존… 종량제 봉투값 오를수도
수도권 쓰레기 내년 직매립 금지 민간 소각장 몰려 계약 4배 급증 비용 늘면 결국 시민들 부담 커져 쓰레기 처리 불확실성도 높아져 전문가들 “공공 소각장 확충 시급”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3-1공구에서 쓰레기를 매립하는 모습. 2026년 1월 1일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지만 소각장 구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빨간불이 켜졌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민간 소각장 처리 비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종량제 봉투값 인상을 검토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맡길 예정입니다.”
인천의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19일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지자체는 그동안 생활폐기물 상당량을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로 보내 매립해 왔다. 그러나 내년 1월 1일부터 생활폐기물의 직접 매립(직매립)이 금지되면서 민간 소각시설과 추가 위탁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 관계자는 “공공 소각시설이나 공공 매립지보다 처리 비용이 훨씬 높아, 부담이 일정 부분 시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 연수·남동·부평구 등 5개 자치구는 올해부터 종량제 봉투 가격을 10L 기준 390원에서 440원으로 인상했다.
● 민간 소각 비용, 공공보다 38% 더 비싸
2021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내년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전면 금지되지만, 이를 대신 처리할 공공 소각시설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수도권에 있는 공공 소각장 32곳의 하루 평균 처리 용량은 약 6622t에 그쳐, 2023년 기준 연간 처리 물량(약 235만7756t)만으로도 같은 해 수도권 가정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365만 t)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들은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민간 소각시설 위탁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처리 비용 부담이 지자체를 거쳐 결국 시민들에게까지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수도권 3개 지자체는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민간 위탁량을 꾸준히 늘려 왔다. 2020∼2023년 민간 위탁량은 32만 t→46만 t→66만 t→76만 t으로 크게 늘었다. 이미 민간 처리 비중이 20% 이상이다.
여기에 수도권매립지로 보내던 수십만 t의 매립 쓰레기까지 모두 소각 처리로 전환되면 민간 처리 비율은 40%에 이를 전망이다. 2023년 기준 민간 처리량과 공공 매립량을 합한 비율은 이미 38%에 달했다.
실제 서울 영등포구는 올해 여러 민간 소각시설 가운데 한 곳에 약 1000t을 위탁했지만, 내년에는 해당 시설 위탁 물량만 4000t을 넘길 전망이다. 경기도의 한 민간 소각시설 관계자는 “내년 계약 물량이 올해의 4배가 넘는다”고 전했다.
민간 의존도가 커질수록 쓰레기 처리 비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기준 민간 소각시설 t당 평균 처리 비용은 공공보다 약 38% 비싸다. 이에 한 자치구는 관련 예산을 올해 48억9200만 원에서 내년 67억1000만 원으로 37% 증액했다. 인천 서구 역시 민간 소각장 이용이 늘면서 연간 처리 비용이 약 90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증가했다.
민간 소각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담합 우려도 제기된다. 인천시 관계자는 “소각 사업은 진입장벽이 높아 공급이 쉽게 늘지 않는 구조”라고 전했다. 이런 비용 증가는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처럼 시민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 쓰레기 처리 불확실성도 결국 시민 부담
쓰레기 처리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점도 문제다. 인천시 관계자는 “쓰레기는 안정적·지속적인 처리 능력이 핵심인데, 민간 업체는 휴·폐업이나 설비 고장 등 돌발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관리·감독의 한계도 지적된다. 한 수도권 지자체 관계자는 “민간 업체에서 위반 사항이 적발되더라도 당장 처리할 곳이 없어 영업정지 같은 강력한 제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이런 쓰레기 처리 구조의 불안정성도 중장기적으로 시민 불편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공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오세천 공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공공 소각장 확충이 늦어질수록 민간 의존이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