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 화장품·금거북이·억대 미술품 등
일반인 평생 취득하기 힘든 물품들 받아
도와드릴 것 없냐 묻는 등 대가성 인지”
김건희 여사가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위반 증거인멸 등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선고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김건희 여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인사 청탁 등을 대가로 정재계 인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이른바 ‘매관매직’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심에서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김 여사가 받은 이우환 작가 그림 1점과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빈박스, 금거북이 보관함, 티파니앤코 브로치, 디올 가방 등을 몰수했다. 6480만 원의 추징금도 명령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순표)는 2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여사에게 “피고인이 수수한 금품은 수십만 원 주류에서부터 수백만 원대 화장품, 금거북이, 억단위 미술품까지 그 규모와 종류가 다양하다. 일반 국민이 평생 한 번도 취득하기 어려운 고가의 물품을 피고인은 별다른 거리낌없이 타인으로부터 수수해왔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앞서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은 징역 7년 6개월과 5600만 원 추징, 반클리프아펠 목걸이 등 몰수를 구형했다.
김 여사는 2022년 3∼5월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으로부터 5500만 원 상당의 반클리프아펠 목걸이 등 이른바 ‘나토(NATO) 3종 장신구’를 선물받고,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200만 원대 금거북이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상민 전 검사로부터 1억4000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받은 혐의도 있다. 로봇개 사업가 서모 씨와 최재영 씨에게서 각각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와 디올 가방을 받은 혐의까지 크게 5가지로 나뉜다.
김건희 여사가 2022년 3∼5월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으로부터 받은 1억380만 원 상당의 반클리프아펠 목걸이. 동아일보DB 쟁점은 금품의 대가관계 성립과 김 여사의 대가성 인식 여부였다. 김 여사 측은 그간 일부 귀금속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으나 대가 관계를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여사와 뇌물 공여자들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대가관계가 성립하고 김 여사도 물품에 대가성이 있음을 인식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이 회장에게 장신구를 선물받은 뒤 ‘도와드릴 것이 없냐’고 물어본 점 등을 언급하며 “피고인은 대가성은 인지하며 수수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알선 명목 관련 전체적이고 포괄적인 대가 관계가 성립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배우자 지위는 각종 청탁과 이해관계가 집중되기 쉬운 위치에 있음으로 누구보다도 더 엄격하게 스스로를 절제하고 각별히 더 경계해야 하지만 피고인은 사회적 책무를 져버린 채 자신의 영향력을 알선의 대상으로 삼아 반복적으로 금품을 수수했다”고 크게 꾸짖었다.
또 김 여사가 반성하지 않는 모습도 질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문제되자 일부 금품에 대해 ‘빌려줘서 감사하다’는 변명과 함께 반환하거나 스스로 구매한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해 왔다”며 “자신의 행위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은폐하려고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일부 금품의 수수 사실을 인정하면서 알선 명목 아니라고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며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의 불과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인으로부터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이 사건으로 공직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고 사회적 갈등과 논란이 장기간 지속됐다. 피고인은 영부인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외면한 채 사적 이익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더욱 무겁고 피고인에게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건희 여사가 로봇개 사업가 서모 씨에게 받은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동아일보DB 금품을 건넨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에 대해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서 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최 씨에는 벌금 800만 원이 선고됐다.
검은색 정장에 하얀 마스크를 쓴 김 여사는 이날 교도관에 양팔을 붙들린 채 입정했다. 그는 법정으로 걸어 들어오는 과정에서 다소 절뚝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여사는 자리에 앉은 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재판장이 생년월일을 묻자 “72년 9월 2일입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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