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도 野도 이제 당 대표가 왜 필요한지 自問할 때 됐다

  • 동아일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당권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정청래 전 대표가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라는 당내 요구에도 연임을 시도하고, 정 전 대표와 노선을 달리하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송영길 의원이 당권 경쟁에 뛰어들면서 정면충돌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가 선거 패배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채 당내에서 빗발치는 사퇴 요구를 거부하면서 내홍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혼란은 국회 밖 중앙당을 이끄는 당 대표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는 정당들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 당 대표는 총선과 지선 등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러다 보니 당권 경쟁은 자신과 소속 계파의 이익을 위해 사생결단의 이전투구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입법과 예산 심의에 전념해야 할 의원들이 당 대표의 눈치를 보며 줄을 서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우리처럼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은 중앙당도 없고 당 대표도 없다. 여야는 의석수에 따라 하원의장과 하원 원내대표가 중심이 돼 당을 이끈다. 프랑스는 중앙당과 당 대표가 있지만 여당의 대표는 대통령이고 야당 대표는 원내대표를 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원내각제인 영국과 일본은 여당의 당수가 총리가 된다. 선진국 중 우리나라처럼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나 총리도 아니고, 야당의 원내대표도 아니면서 당 대표라는 자리에서 공천 권력을 앞세워 당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당 대표 선거에서 당원 투표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민주당은 그 반영 비율이 70%, 국민의힘은 80%에 달한다. 당 대표 후보들이 당선을 위해 과격하고 극단적인 강성 당원들의 요구에 올라타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상대 진영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적개심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당 대표에 오르고, 이후에도 이념적 선명성을 내세워 입지를 넓히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민생 입법, 정책 경쟁은 뒷전으로 밀리고 여야가 출구 없는 대치로 빠져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당 대표의 공천권 독점, 불법 정치자금 등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당 대표 제도를 폐지하고 원내 중심 정당으로 바꾸려는 정치 개혁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다. 이제 구시대의 산물과도 같은 당 대표가 필요한지, 의원들이 본연의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정당으로 탈바꿈할 방법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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