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A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0-1로 패하자 머리를 감싸며 경기장을 걷고 있다. 과달루페=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체코를 상대로 승리했던 팀, 접전 끝에 멕시코에 아쉽게 졌던 팀이 맞나 싶었다.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 3차전을 치른 한국은 앞선 두 경기와는 전혀 다른 팀이었다.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고 기본적인 볼 터치와 패스에서도 실수가 반복됐다. 시원한 슛 한 번 제대로 날리지 못했다.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홍명보 한국 대표팀 감독은 주포 손흥민(LA FC)은 선발에서 제외하는 의외의 승부수를 던졌다. 2014년 브라질 대회부터 월드컵에 출전한 손흥민이 선발 출전하지 않은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애슬레틱은 “한국 대표팀에서 손흥민은 언제나 존재감이 큰 선수다. 손흥민이 선발 명단에서 빠진 걸 보고 실수인 줄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홍 감독의 이 같은 시도는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이겨야 32강행을 노려볼 수 있었던 남아공은 자기 진영에 내려앉아 수비만 하지 않았다. 체력을 안배하다가 순간적인 압박으로 공을 빼앗은 뒤 스피드가 좋은 공격수들을 앞세워 수차례 한국 골문을 두드렸다. 한국은 전반전 슈팅 4개로 남아공(10개)에 크게 뒤졌다. 손흥민 자리에 대신 출전한 원톱 공격수 오현규(베식타시)는 최전방에서 고립돼 전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손흥민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A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0-1로 패배한 뒤 침울해 하는 황인범을 위로하고 있다. 과달루페=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홍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을 투입했다. 하지만 남아공은 후반 18분 타펠로 마세코가 선제골을 터뜨린 뒤부터 전략을 바꿔 자기 진영에서 밀집 수비를 펼쳤다. 손흥민의 장점을 활용할 ‘공간’이 줄어든 것이다. 한국은 공격수 조규성(미트윌란)까지 투입해 반격을 노렸지만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았다.
이날 남아공은 핵심 미드필더 테베호 모코에나와 템바 즈와네가 각각 경고 누적과 퇴장에 따른 징계로 출전하지 못해 정상 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기력했던 한국 선수들은 그런 남아공에도 경기 내내 끌려 다녔다.
5일(한국시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가 열렸다. 과달루페=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32강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었던 한국은 조 3위로 떨어지면서 ‘경우의 수’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손흥민은 경기 후 “3위로 (32강에) 올라갈지, 못 올라갈지를 기다리는 것은 개인적으로 원치 않았던 상황”이라면서 “벤치에서 지켜보다가 경기장에 들어갔는데 동료들을 많이 못 도와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패배 직후 주저 앉아 땅을 치며 아쉬움을 표현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도 “다들 많이 반성해야 할 것 같다. 나 역시 실력이 매우 부족했다. 더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손흥민(왼쪽)이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인근 과달루페의 BBV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6. 6. 25 과달루페=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박지성 해설위원은 “이기려고 한 경기가 맞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공격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라며 “2014년의 좋지 않았던 월드컵을 그대로 반복했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고 있는 곳에서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해볼 만한 상대로 여겼던 알제리에 2-4로 패했다. 당시 한국은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홍 감독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홍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집단 식중독 등 불가항력적 요인이 있었느냐”는 질문까지 받았다. 홍 감독은 “그런 부분은 전혀 없었다. 이유를 다른 곳에 돌리고 싶지도 않다”며 “결과는 모두 감독 책임이다. 모든 건 내가 판단하고 결정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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