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 음식평론가아이스크림을 좋아해 가정용 제조기로 직접 만들어 먹은 지 20년이 넘었다. 아이스크림 애호가이자 음식평론가의 시각에서 국내 아이스크림 생태계를 보며 두 가지 불만을 느낀다.
첫째, 품질이 썩 좋지 않다. ‘부라보콘’이 등장한 지도 올해로 어언 56년, 역사가 짧지 않지만 여전히 식물성 지방(야자유)에 체면치레하듯 동물성 지방(분유)을 더한 제품이 전부다.
둘째, 소위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고개를 돌리면 지평이 정말 빈약하다. 국산이 거의 없고, 있는 제품도 걸음마 단계다. 유업 회사 고작 한 군데에서 2022년 우유와 크림만 쓴 제품을 출시했다. 우유, 딸기, 초콜릿의 기본 맛 구색은 갖췄지만 외국산을 뿌리치고 선뜻 선택할 만큼 맛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외국산도 한 손에 꼽을 정도인데, 마트와 편의점에 입점해 접근성이 좋은 브랜드는 고작 둘뿐이다.
이들도 엄밀히 말하자면 상대적으로 프리미엄일 뿐이지 엄청나게 고급은 아니다. 그저 식물성 지방을 쓰지 않는 대량 생산 제품인데도 1파인트(약 473mL) 한 통에 1만7900원으로 비싸다. 절대적으로도 가격이 높다는 느낌이 들어 현지가와 비교해 보니 한층 더 체감된다. 가장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의 경우 원래 미국 회사이고 프랑스산이 수입되는데, 현지에서는 1파인트 한 통에 5달러 및 5유로, 약 8000∼9000원 수준이다.
물론 세금(부가가치세 10%)과 냉동 물류비, 축산물로서의 검역비 등이 가격 책정에 참작될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현지가보다 두 배 비싸게 팔리는 현실을 소비자로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5년 전 한 보도에 따르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마진율이 35∼40% 수준이었는데, 당시에는 한 통 가격이 1만3900원이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 제값에 팔리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 달만 하더라도 한 편의점에서 파인트 두 개 이상 구매 시 최대 50%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한 통의 실구매가가 8950원인 셈인데, 브랜드의 공식 스토어에서도 세 통을 묶어 2만6900원에 팔아 1통당 8967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 브랜드는 올해 상반기(1∼6월) 내내 각각 다른 편의점과 다른 방식을 통해 아이스크림을 꾸준히 30% 이상 할인했다. 물론 다른 브랜드도 거의 같은 방식으로 상시 할인을 한다.
그렇다면 할인된 가격에 상시 팔아도 이윤이 남는 것 아닐까? 나는 수입업체의 고객상담센터로 전화를 걸어 두 가지를 문의했다. 첫째, 할인을 거의 늘 한다면 그 가격이 실질적인 판매가가 아닌가? 둘째, 소비자가와 할인가가 늘 차이가 난다면 가격에 대한 착시 현상이 벌어지는 건 아닐까? 이러한 문의에 상담센터 관계자는 “소비자가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에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도록 할인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행동경제학에는 ‘앵커링(Anchoring·닻 내림)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상품의 정가를 높게 책정한 뒤 할인가를 제시하면 소비자가 후자를 더 합리적이고 큰 혜택으로 인식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참고로 빙과 시장 자체가 계속 작아지는 와중에도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은 연평균 10% 안팎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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