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대, 내달부터 코로나 신속 검사…대면강의 앞당길 것”[파워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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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서울대 총장
인터뷰=정원수 사회부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18일 총장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 총장은 “대학의 본질은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하느냐이고,
 이걸 고민하고 제도를 바꿔야 한다”면서 “남은 임기 동안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제도를 학생 친화적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18일 총장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 총장은 “대학의 본질은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하느냐이고, 이걸 고민하고 제도를 바꿔야 한다”면서 “남은 임기 동안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제도를 학생 친화적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대학의 근본적인 역할이 무엇인가 고민했다.
인터넷 강의로 지식 전달은 가능했지만 대학은 사회적인 교류도 중요하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68)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캠퍼스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2019년 2월 총장직에 취임한 오 총장은 취임사에서 “서울대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놓겠다”고 했다.

18일 서울대 총장실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융합’과 ‘창의’, 그리고 ‘독창성’을 강조했다.》

―4년 임기 중 절반이 지났다.

“제가 취임하기 전에 서울대가 비정상적인 상태였다. 첫해엔 정상화를 시키는 게 가장 큰 목표였고, 정상적으로 학교가 운영돼 뭐 좀 하려고 했더니 코로나 사태로 정신없었다.”

―코로나19 신속 분자진단 검사를 시험 도입한다고 들었다.

“지난해에는 워낙 갑작스러워 학내에서 감염이 발생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1년이 지나고 나니 대학의 역할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됐다. 대학은 사회적인 교류도 중요하다. 학생들이 모여서 토론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올해는 방역 지침을 지켜가면서 그런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신속 분자진단 검사를 4월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검사는 어떻게 진행되나.

“전문 의료진이 면봉으로 코 안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은 같다. 하지만 신속 분자진단 검사 방식은 일반 검사와 달리 1, 2시간 내로 현장에서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험실을 써야 할 때 2시간 일찍 학내 임시 검사소에 와서 검사를 받고, 음성이면 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신속 진단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 공고도 냈다. 관악구 보건소,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을 파견 받는다. 국내 대학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검사의 정확성은 검증됐나.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이미 승인을 받았다. 문제는 코로 하는 기존 검사 방식은 전문 의료진이 반드시 필요해 하루에 채취할 수 있는 검체의 수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타액(침)을 통한 검사는 분석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질병청은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타액 검사, 셀프 검체 채취도 허용하고 있다. 서울대는 기존 검사와 함께 타액 검사를 실시해 관련 데이터를 질병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언제쯤 대면 강의가 가능할까.

“시험 도입은 현장 실험 실습이 필수적인 자연과학계열 대학원생 및 교직원 1800여 명이 대상이다. 검사 노하우와 데이터가 쌓이면 예체능, 공과대, 15인 이하 토론 수업 등 소규모 세미나로 확대할 생각이다. 2학기에는 대면 강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검체 채취 및 검사가 얼마나 쉬워지느냐에 따라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다른 대학, 초중등학교까지 확대되면 좋겠다.”

―서울대가 질적으로 탁월한 연구가 부족하다며 근본적이고 독창적인 연구를 강조했다.

“서울대 하면 딱 기억나는 연구 분야가 없다. 그런 논문을 쓰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남이 안 하는 분야를 해야 한다. 그래서 교수 평가에서도 논문 개수보다 질적인 면을 따진다. 최장 3년까지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특별연구년제’를 이번 달부터 시범 시행 중이다. 6년에 1년씩 주는 안식년을 발전시킨 것으로 교수들이 시간적 여유를 갖고 독창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학생 교육에 있어서 융합을 강조해 왔다.

“앞으로 전공 하나로 졸업해서 평생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직업을 서너 번은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다. 서울대는 학과 중심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통합적 교육과정으로 전면 개편할 방침이다. ‘Inno-Edu 2031’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10% 내외 학과의 교육과정을 개편해 2031년까지 전(全) 학과 커리큘럼을 리뉴얼할 것이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학생 스스로 자신의 전공을 설계하도록 지원하는 ‘학생 설계 전공’과 융합교육 활성화를 위해 복수전공, 부전공, 연합전공 선택이 자유롭도록 제도적 제한을 없애고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언제든 수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남은 임기 동안 집중해서 추진할 부분이다.”

―입시제도에서 정시 확대에 부정적 입장이었는데….

“지금 수능은 문제를 틀리지 않게 훈련시키는 것에 그친다. 몇 개의 ‘킬러 문제’로 변별력을 주고 있다. 정시를 아예 없앨 순 없겠지만 전체 입학 정원의 40% 정도가 최대치라고 생각한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공정성 시비 논란도 있다.

“학종이 공정성에 시비 논란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학종은 학생이 관심 분야를 탐구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반면 정시는 결과만을 반영한다. 결과만 보면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안 듣고 학원에서 공부한다. 결과적으로 교실이 망가진다. 2023년도 정시에 내신을 ‘교과평가’로 반영하는 것도 이를 막기 위해서다. 학생이 학교 수업을 등한시하지 않게 하자는 취지다.”

―올해가 법인화 10주년이다. 서울대의 장기발전 계획은….

“법인화 취지 중에는 서울대가 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재정적 자립을 하라는 것도 있다. 서울대 1년 예산이 연구비를 제외하면 약 8000억 원 수준이다. 세계적인 대학이 되려면 재정 규모가 두 배는 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이나 등록금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올해 ‘SNU홀딩스’ 지주회사를 만들었다. 지주회사를 통해 벤처기업 창업을 돕고 대가로 기업 주식을 받는다. 회사가 커서 상장하면 주식이나 로열티 등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는 구조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실리콘밸리, 중국 칭화대의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을 모델로 삼았다.”

―지역 상생모델로 ‘관악S밸리’ 사업을 추진 중인데….

“학교 인근인 대학동, 낙성대동 일대를 창업 생태계로 활성화하고 벤처 창업도시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미 대학동에 창업공간을 마련했다. 문화관을 리모델링해 서울대 구성원만 쓰는 공간이 아닌 관악구민, 나아가 서울시민들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이번 학기부터 신임 교수 연구정착금을 실험과 실습 분야 1억 원(기존 4000만 원), 이론 분야 5000만 원(기존 3000만 원)으로 확대했다. 이전에는 막 부임한 젊은 교수들이 샘솟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연구를 하려고 해도 실험 장비 갖추는 데만 수년을 허비했다. 노벨상이 아이디어는 20, 30대에 나와서 10년 넘게 연구를 하고, 20년 동안 다른 학자들이 검증을 해서 60대 넘어 받는 게 대부분이다. 그만큼 젊을 때의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젊은 교수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68)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미국 스탠퍼드대 물리학 박사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기초과학연구원 초대 원장
△제20대 국회의원
(2016년 5월∼2018년 10월)
△제27대 서울대 총장(2019년 2월∼)
정리=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오세정 총장#서울대학교#파워인터뷰#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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