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운전면허 함께 고민해야[현장에서/권기범]

권기범 사회부 기자 입력 2021-03-01 03:00수정 2021-03-0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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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 사회부 기자
2월 3일 오전 10시경 인천 부평구 삼산동의 한 사거리. 70대 여성 A 씨는 자신의 차를 몰고 우회전하다 파란불에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B 씨(41)를 들이받았다. B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아픔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인근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현직 경찰이던 B 씨는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했다. 3일 뒤, B 씨의 자택에선 부인과 두 자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부인이 남긴 유서가 발견됐다.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A 씨는 “당시 사고 과정이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구체적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70대인 A 씨의 실수가 안타까운 비극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고령운전자에 대한 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단 목소리는 몇 년 사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분위기다. 연로한 어르신들은 순간적인 장애물 대처나 정보처리 능력이 아무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28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이는 더 분명해진다. 최근 5년간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 만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2015년 2만3063건에서 2019년 3만3239건으로 44%나 늘었다. 반면 만 64세 이하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같은 기간 20만8972건에서 19만6361건으로 6% 줄었다.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뜻하는 치사율은 65세 이상 운전자는 2.9명으로, 64세 이하 운전자의 1.7명보다 크게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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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가 제안하는 대책은 ‘조건부 운전면허의 도입’이다. 고령운전자는 낮 시간에만 운전을 허용하는 등 시간과 장소, 도로 등을 제한하는 운전면허를 일컫는다. 연구소 관계자는 “특정 연령의 운전면허를 일괄 취소하는 것보다 교통안전과 이동 권리를 동시에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가 운전면허증 소지자 2184명에게 설문조사했더니 74.9%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찬성했다고 한다.

물론 다수가 찬성했다고 해서 도입을 급히 서둘러선 안 된다. 분명 거부감을 느끼는 고령운전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로 선을 긋는 게 타당한가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회관계장관회의 안건에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가 상정된 뒤 비난 의견이 커지자, 경찰청은 “면허 일괄 취소가 아니다”라며 해명하기도 했다.

경찰은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의 도입 기한을 2024년까지로 제시했다.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당사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이해를 구하고 협력을 얻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고령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자발적 면허 반납 제도’는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제도라도 소통 없이 추진하면 나쁜 제도로 전락한다.

권기범 사회부 기자 kak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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