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새 어린이집 5곳중 1곳 문 닫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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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쇼크]
2013년 정점 대비 19% 감소
경남-대전-전북 순 감소폭 커
집근처에 없어 왕복 50분 등원도

전북 남원시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는 편도로 25분 차를 타고 등원하는 어린이가 있다. 어린이집 원장 A 씨는 “주변에 어린이집이 없다 보니 매일 왕복 50분 동안 차를 타고 등하원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역대 최저로 떨어진 가운데 전국의 어린이집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 수는 2013년 4만3770곳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꾸준히 감소해 2020년 3만5352곳으로 19.2% 감소했다. 7년 만에 어린이집 5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는 경남이 3626곳에서 2544곳으로 29.8%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어 대전이 1680곳에서 1185곳으로 29.5%, 전북이 1647곳에서 1195곳으로 27.4% 줄었다.

어린이집이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은 저출산이다. 어린이집 입소 대상인 0∼6세 아동은 2013년 326만4476명에서 2020년 256만2100명으로 21.5% 줄었다. 어린이 감소 숫자만큼 어린이집도 줄어든 셈이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전세가 상승도 어린이집 감소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 이중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은 “전세대란으로 주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가정어린이집과 민간어린이집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7년간 가정어린이집은 34.3%, 민간어린이집은 22.0% 줄어 전체 감소치를 크게 상회했다.

저출산으로 어린이집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남은 아동들의 불편이 문제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홍모 씨(38)는 최근 아파트 단지 내 가정어린이집이 갑자기 폐원하면서 아이를 멀리 있는 어린이집으로 전원시켰다. 홍 씨는 “부부 모두 일찍 출근하는 맞벌이라 단지 내 어린이집을 편하게 이용했는데 아이도, 부모도 아침에 훨씬 바빠지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인구밀도가 낮고 어린이집 수가 더 적은 지방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정부는 어린이집 교사 처우를 개선하고 국공립어린이집 전환 비율을 높여 폐원 속도를 줄여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공립 전환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현재 전국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은 20.4%로 정부 목표치인 40%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육아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는 국공립 전환 기준을 다소 완화해주는 등 맞춤 지원과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어린이집#감소폭#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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