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호 가이드라인 등 잇단 안전대책… 노동계 “특별법 아닌 노동법 적용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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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1분기중 보호법 제정 계획
직종별 전문자문기구 설치도 추진
한노총 “노동권 사각지대로 내몰아”

플랫폼 노동자의 안전 문제는 사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크게 늘어났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공개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종사자는 약 22만 명이다.

정부도 최근 플랫폼 노동자의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이륜차 음식배달 종사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배달 대행업체와 배달 플랫폼 회사가 배달 기사에게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수준으로 배달 시간을 제한하거나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또 회사는 배달 기사가 이륜차 운행 면허와 안전모를 보유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업주는 종사자가 도로교통법을 준수하도록 주의·감독해야 하며,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면 사업주도 함께 처벌받는다.

업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 해결이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도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21일 발표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에 따르면 플랫폼 종사자와 고객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플랫폼 기업은 원만한 해결을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플랫폼 노동자는 단체를 결성하고 보수 지급 기준 등에 대해 사측과 협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의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을 올 1분기(1∼3월) 중으로 제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노동계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다.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특별법이 아니라 ‘노동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는 대부분 프리랜서처럼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을 하기 때문에 노동법 바깥에 놓여 있다. 저임금 장시간 근로 사례가 많고 배달 앱을 통해 업무를 통제받는다. 이 때문에 사실상 노동자 신분인데도 이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플랫폼 종사자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별도의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로 내몰 공산이 크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플랫폼 종사자의 직종이 배달뿐 아니라 가사 도우미, 디자인, 번역, 정보기술(IT) 개발 등 다양하기 때문에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직종별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전문 자문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플랫폼 종사자의 직종별로 표준계약서를 개발해 보급하는 내용도 대책에 포함됐다.

근로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등을 대비한 안전장치도 추진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에 걸림돌이 돼온 전속성 기준(주로 한 업체를 대상으로 노무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을 폐지하고 직종별 특성을 반영한 보험료 징수 체계 등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해마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지난해 오토바이 등 이륜차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44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플랫폼 노동자로 추정되고 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플랫폼 노동자#노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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