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삭제된 남북회담 회의록은 대통령기록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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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관리카드, 盧 결재거쳐 생산”
백종천-조명균 유죄취지 파기환송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파일이 첨부된 문서관리카드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대통령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1, 2심 판결을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9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로 기소된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대통령기록물이 생성되는 조건인 ‘대통령의 결재’ 의미에 대해 1, 2심 재판부와 판단이 달랐다. 대법원은 “회의록에 관한 결재 의사는 내용을 열람하고, 확인하는 의사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회의록 내용을 열람하고 확인했다는 취지로 ‘문서처리’와 ‘열람’ 명령을 선택해 전자문자 서명과 처리 일자가 생성되게 했다”면서 “회의록 파일이 첨부된 문서관리 카드는 노 전 대통령의 결재를 거쳐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됐다”고 인정했다. 앞서 1, 2심 재판부는 해당 문서관리카드가 ‘결재가 예정된 문서’일 뿐 최종 결재는 이뤄지지 않아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고 봤는데 이 판단이 뒤집힌 것이다.

대법원은 또 “문서관리 카드에 수록된 정보들은 후속 업무 처리의 근거가 되는 등 공무소에서 사용되는 전자기록에도 해당한다”며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 등이 2008년 2월 임기 종료를 앞둔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당시 청와대 통합업무관리시스템인 ‘e지원’에 등록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파일이 첨부된 문서관리카드를 삭제한 것으로 보고 2013년 11월 기소했다. 조 전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앞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후 2013년 7월 대통령기록관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보관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한 새누리당은 조 전 비서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남북회담 회의록#대통령기록물#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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