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함께 떠나요… 추억의 ‘음악 바’ 속으로

임희윤 기자 입력 2020-12-04 03:00수정 2020-12-04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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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3일 목요일 맑음. 같이 가자. #338
Pat Metheny ‘Are You Going with Me?’
(1982년)
임희윤 기자
‘아니, 이 사람은….’

2018년 초가을에 찾았던 미국 보스턴 버클리음대. 총장실 문 앞에서 발이 굳었다. 문 바로 앞 벽에 걸려 있는 단 하나의 액자에 사자갈기 장발 사내가 웃고 있었다.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 이 학교 역사상 최연소 교수(19세)의 기록을 가진 이다. 1945년 개교 이래 실기 교육으로 이름난 이 학교가 시대의 흐름에 못 이겨 결국 2018년부터 ‘전자 디지털 악기’ 분야 신입생에게도 문호를 열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로저 브라운 총장에게 막 들은 참이었다.

그러고 보니 버클리음대의 실연(實演) 중심주의 전통을 대표한 메시니야말로 한편으론 첨단 기술과 괴짜 실험의 선구자였다. 1980년대에 이미 ‘기타 신시사이저’를 이용해 기타와 트럼펫과 신시사이저를 합친 듯한,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아닌 제4의 소리를 만들어냈다. 메시니는 이렇게 말했다.

“이게 기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더 이상 기타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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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파 미술을 연상시키는 42현짜리 ‘피카소 기타’, 자동으로 연주되는 ‘오케스트리온’을 발명해 쓴 것 역시 메시니다.

메시니는 어린 시절 트럼펫을 먼저 잡았다.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트럼펫 연주자. 그러나 트럼펫을 불 때마다 치아교정기 때문에 아프고 입에서 피가 났다. 마침 비틀스에 빠지면서 기타를 들었고 웨스 몽고메리(1923∼1968)의 공연을 보고 난 뒤 재즈 기타로 돌아섰다.

‘키야….’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공연장. 내적 탄성이 그만 입 밖으로 샐 뻔했다. 기타리스트 정수욱이 메시니의 명반 ‘Offramp’ 전곡을 연주하는 헌정 공연 초반. 실타래처럼 얽힌 즉흥연주의 숲을 뚫고 명료하고 익숙한 반복 선율이 마법의 가지처럼 돋아나왔다. ‘매직아이’를 보듯 내 청각은 시나브로 그쪽으로 초점이 맞아갔다.

‘레-도, 레-도, 레-도….’

두 번째 곡 ‘Are You Going with Me?’가 피어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메시니의 ‘기타 신시사이저’는 없었지만 원작자가 만들어둔 미학적 틀은 오히려 더 또렷하게 다가왔다.

‘레-도, 레-도, 레-도….’

열차 마지막 칸에서 발밑으로 흐르는 침목을 보듯, 심야의 고속도로에서 스치는 가로등을 보듯. 전신주처럼 음표와 음표가 지나갔고 내 영혼은 이제는 멀어져버린 기억 속의 음악 바를 향해 점점 자석에 끌리듯 질주해갔다.

‘레-도, 레-도, 레-도… 레-도, 레-도, 레-도….’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음악 바#기타#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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