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는 주민들 본 순간… 가만히 있을수 없었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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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구조한 ‘20대 사다리차 영웅’
“더 많은 사람 구하지 못해 미안…”


“살려 달라는 외침을 듣자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1일 오후 경기 군포시 아파트 화재 현장에는 열기로 깨진 아파트 유리창이 지상으로 떨어지는 위험한 순간에도 사다리차를 이용해 3명의 생명을 구한 한상훈 씨(29·사진)가 있었다. 2일 화재 현장에서 만난 한 씨는 “3명이 베란다로 급히 피했지만 화염과 연기 탓에 1분 1초가 급한 상황이었다. 내가 다치더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1인 사다리차 업체 ‘청년사다리차’를 운영하고 있다. 사고 당일 발코니 창문 교체 작업 중 불이 난 12층에 창틀을 배달하기 위해 단지 내 주차장에서 대기 중이었다. 한 씨는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솟구치자 순간 “여기를 빨리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검은 연기에 휩싸인 12층과 15층에서 “살려 달라”는 외침과 함께 손을 흔드는 주민들을 본 순간 구조에 나섰다.

한 씨는 최대 38m 높이까지 올라가는 사다리를 최대한 높이 올렸다. 우선 불이 난 12층 집의 바로 옆집 베란다에 나와 있던 20대 여성을 사다리 짐칸에 태워 구조했다. 15층에서는 10대 학생 2명이 구조를 기다렸다. 15층은 높이가 41m 이상이라 사다리가 닿지 않았다. 한 씨는 급한 대로 사다리 안전장치를 풀어 높이를 3m가량 늘린 다음 15층 베란다까지 가까스로 사다리를 갖다 댔다.

한 씨의 도움으로 구조됐던 20대 여성의 부모님은 2일 한 씨를 만나 “딸을 구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한 씨는 “감사하다는 말보다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그분의 말이 더 위안이 됐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15층에서 구조된 학생 중 한 명은 3일 수능을 앞둔 고3 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포=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군포아파트 화재#사다리차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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