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경기 군포시 아파트 화재 현장에는 열기로 깨진 아파트 유리창이 지상으로 떨어지는 위험한 순간에도 사다리차를 이용해 3명의 생명을 구한 한상훈 씨(29·사진)가 있었다. 2일 화재 현장에서 만난 한 씨는 “3명이 베란다로 급히 피했지만 화염과 연기 탓에 1분 1초가 급한 상황이었다. 내가 다치더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1인 사다리차 업체 ‘청년사다리차’를 운영하고 있다. 사고 당일 발코니 창문 교체 작업 중 불이 난 12층에 창틀을 배달하기 위해 단지 내 주차장에서 대기 중이었다. 한 씨는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솟구치자 순간 “여기를 빨리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검은 연기에 휩싸인 12층과 15층에서 “살려 달라”는 외침과 함께 손을 흔드는 주민들을 본 순간 구조에 나섰다.
한 씨는 최대 38m 높이까지 올라가는 사다리를 최대한 높이 올렸다. 우선 불이 난 12층 집의 바로 옆집 베란다에 나와 있던 20대 여성을 사다리 짐칸에 태워 구조했다. 15층에서는 10대 학생 2명이 구조를 기다렸다. 15층은 높이가 41m 이상이라 사다리가 닿지 않았다. 한 씨는 급한 대로 사다리 안전장치를 풀어 높이를 3m가량 늘린 다음 15층 베란다까지 가까스로 사다리를 갖다 댔다.
한 씨의 도움으로 구조됐던 20대 여성의 부모님은 2일 한 씨를 만나 “딸을 구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한 씨는 “감사하다는 말보다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그분의 말이 더 위안이 됐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15층에서 구조된 학생 중 한 명은 3일 수능을 앞둔 고3 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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