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D-5]“형편 어렵고 출발 늦어도 만회 가능한 대입제도 없을까요?”

특별취재팀 입력 2020-11-28 03:00수정 2020-11-28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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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수시 선호 갈린 두 학부모가 서로에게 띄우는 편지

6세 아이의 엄마이자 유치초등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정진숙 씨(왼쪽)와 두 딸을 수시 제도로 대학에 보낸 학부모 김혜경 씨가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정 씨의 학원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국사회에서 학부모는 누구나 ‘입시전문가’가 된다. 수시 제도로 두 딸을 대학에 보낸 학부모 김혜경 씨(49) 역시 베테랑. 음악과 코딩을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을 키운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김 씨는 수년간 개인 사이트를 운영하며 교내외활동 정보를 나눴다. 6세 딸을 키우며 유치초등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정진숙 씨(36)도 관련 정보에 일가견이 있다. 정 씨는 교육 관련 저서를 필사하며 얻은 정보들을 블로그에 일일이 기록한다. 정치·사회 성향조사에서 보수 7번째인 김 씨는 수시 제도가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을 키워낼 거라 믿는다. 진보 40번째가 나온 정 씨는 정시 제도가 아이들을 공정한 출발선에 세울 거라 본다. 1시간 동안 뜨겁게 맞부딪히던 두 사람은 마지막엔 하나의 공통점에 다다랐다. “내 아이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모두 행복하길 바랍니다.” 엄마의 마음을 손 편지에 담았다.

출발 늦은 학생에겐 정시가 유일한 기회

To. 혜경 님

진숙입니다. 저는 정시 비중이 확대돼야 아이들에게 좀 더 공정한 기회가 주어질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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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수능은 제게 남은 유일한 기회였습니다. 저는 교육에 시간과 돈을 쏟을 수 없는 가정에서 자랐어요. 부모가 제시한 길을 따라 스펙을 쌓는 친구들의 뒷모습만 바라봤어요.

그런 제게 정시 제도는 출발선이 달라도 도전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였어요. ‘열심히만 하면 나도 아이들과 같은 레인에서 달릴 수 있겠구나.’ 이런 믿음 덕에 결국 수능을 통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었어요.

6세 딸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도 같아요.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못한 순간부터 후회가 남더군요. 벌써부터 뒤처진 건 아닐까. 정시 제도는 잠시 길을 잃거나 조금 뒤처져 걷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시 돌아갈 길이 돼줄 거예요.

물론 수시를 통해 아이들의 다양한 잠재력을 발견할 수있단 혜경 님의 말씀에도 공감해요. 제게 정시가 유일한 선택지였지만, 아이들에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요.그러려면 공교육이 길잡이가 돼줘야 해요. 다양한 경험과공정한 출발선을 주는 교육을 꿈꿉니다.

아이들 재능 키워 주려면 수시 확대해야


To. 진숙 님

혜경입니다. 저는 수시 제도가 확대돼야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정시냐 수시냐를 넘어 아이가 행복한 교육이 먼저입니다. 학생들은 수능을 ‘막노동’이라 표현한답니다. 기성세대가 아이들의 재능이란 싹을 잘라버린 건 아닐까. 다른 능력이 있는데도 “공부가 먼저”라며 내치는 학부모를 수없이 봤어요.

둘째 딸이 초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교내 코딩 수업에 참여하겠다고 손을 들었다더군요. 다른 학부모들은 그 시간에 수학 학원을 하나 더 보내라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아이의 의견을 따랐습니다. 처음엔 부진했지만, 뭐 어때요. 아이가 포기하지 않았잖아요. 엄마도 포기하지 않을 수밖에요.

아이들이 독서실 바깥에서 경험을 쌓는 교육을 꿈꿉니다.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어요. 음악을 전공하는 첫째 딸의 꿈은 초등학교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에서 시작됐어요. 공대에 진학한 둘째 딸의 미래는 손을 들었던 그날부터 시작됐을지 몰라요.

부모가 아이들을 계단 위에 올려놓으면 남은 계단은 아이가 스스로 올라갈 거예요. 한발 뒤에서 지켜보면 어떨까요.

○ 특별취재팀

△지민구 이소연 신지환(이상 사회부) 조건희 기자

△방선영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4학년, 허원미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 졸업, 디지털뉴스팀 인턴기자
#수학능력시험#극과 극이 만나다#정시#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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