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세계에 美만 있는것 아냐… 한중 할일 많다”

박효목 기자 , 한기재 기자 , 최지선 기자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입력 2020-11-27 03:00수정 2020-11-2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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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여건 허락때 방한”… 文대통령 “코로나 안정뒤”
文 예방 왕이, 시진핑 메시지 전달… “코로나 통제돼야” 연내 방한 무산
文대통령 “中과 함께 한반도 종전-비핵화 노력”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완전한 비핵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한중) 양측이 방역에 대한 교류를 해왔다”며 “지역 이슈에 대한 양측의 협력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연내 방한과 관련해 “여건이 허락될 때 방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26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에서 “국빈방문 초청에 감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왕 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완전히 통제돼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연내 방한이 무산됐음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한국에서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접견에서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엔총회 연설에서 강조한 종전선언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당부한 것. 이와 관련해 왕 부장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 등과의 만찬에서 “한반도 문제는 남북이 주인”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10가지 공감대를 이뤘다”며 “양측의 협력, 그리고 지역 이슈에 관한 공감대”라고 했다. 중국 외교부는 한중이 일대일로(一帶一路) 협력,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추진 등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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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부장은 이날 오전 강 장관과의 회담 직후엔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 190여 개 국가가 있고 모두 독립 자주 국가다. 한국과 중국도 그렇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중국 견제 동참 요구에 거리 두기를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 왕이 “세계에 美만 있는것 아냐… 한중 할일 많다” ▼

“우리(한중)는 (함께)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 (양국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이기 때문에 전방위로 조율하고 협력해야 한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한이 미중 관계, 미중 경쟁과 관련 있느냐’는 질문에 “우선 한중 협력을 고려하고 중한(한중 관계) 이외에도 지역과 국제 정세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 유럽 중동 모두 고려해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중국 압박에 동참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질문에 크게 웃으며 ‘외교가 그렇게 간단한가”라고 넘겼지만 방한과 미중 경쟁 간 관계에 대해 부인하는 언급은 없었다.

왕 부장은 오히려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도 중국도 모두 독립 자주 국가”라며 한중 협력이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뜻을 내비쳤다. 결국 한중이 중국 안보에 위협을 미칠 현안들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는 것으로, 한국이 미국의 대중 압박에 동참하면 안 된다는 뜻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에 대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완전히 통제돼야 한다. 여건이 성숙되면 방한할 수 있다”며 사실상 연내 무산을 밝혔다. ‘여건이 뭐냐’고 묻자 취재진을 가리키며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런 것이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해 방한 연기를 한국의 코로나 재확산 탓으로 돌렸다.

○ 中 ‘2+2(외교국방) 대화’ 일방 발표

왕 부장은 강 장관과의 회담에서도 “지역 및 국제 문제에 대해 전략 소통을 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과 10개항의 합의를 도출했다며 ‘한중 외교안보 2+2 대화 가동’을 거론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를 공개하지 않은 채 양국이 “외교부 간 각종 대화체를 활발히 가동하기로 했다”고만 밝혔는데 중국은 한미 간 동맹대화를 연상시키는 외교국방 당국자 간 회담을 열겠다고 적시한 것.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이 중한 사이에 민감한 문제를 적절한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정부는 한중 간 사드 문제가 봉합됐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사드가 자국을 타깃으로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궁극적으로는 사드를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한중일 간 역내 통합과 경제적 질서를 구축하는 데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왔다. 한중일 경제 블록을 구축해 미국과 주도권 다툼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개방과 협력의 인터넷 공간을 구축하자”며 미국의 화웨이 배제에 동참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하지만 강 장관이 사드 보복 조치인 문화콘텐츠 분야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해제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왕 부장은 “지속 소통을 희망한다”고 했을 뿐 확답을 주지 않았다.

○ 문 대통령의 북핵 협력 요청에 “남북 역할 중요”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왕 부장을 접견하면서 종전선언 논의에 중국도 참여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와 종전선언은 함께 추진되는 것”이라며 “이날 접견에서 왕 부장은 우리 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 의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왕 부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 측의 지지를 확인하고 협력하겠다”면서도 “남북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해 온도차를 보였다. 중국은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한 중국이 실질적으로 북핵 해결에 협력할 여지가 적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왕 부장은 강 장관과 회담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다자 협의를 앞세운 북핵 해법을 들고나올 수 있다고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중국이 의장국이었던 6자회담 때처럼 중국이 북핵 협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박효목 tree624@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한기재·최지선 기자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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