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없는 백신도 준다면서 北 인권은 외면하나

동아일보 입력 2020-11-21 00:00수정 2020-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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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코로나19 백신이) 좀 부족하더라도 부족할 때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진짜로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북 지원 의사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우리 정부가 공동제안국에서 빠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된 날이다. 정작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엔 눈감으면서 대북 지원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이 하나도 없는데 북한에 지원하겠다는 건 공수표를 날리면서까지 북한부터 챙기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부터 20만 t 대북 쌀 지원, 병원시설 개선 등을 공언했다. 취임 직후엔 설탕-술 물물교환 사업을 추진하려다가 북측 상대가 유엔 제재 대상인 것으로 드러나자 포기했다. 북한이 코로나19로 경제의 생명줄인 중국과의 빗장마저 걸어 잠근 채 접촉을 기피하는데도 우리만 대북지원 노래를 부르는 셈이다. 이 장관의 발언 다음 날 북한 노동신문은 “없어도 살 수 있는 물자 때문에 국경 밖을 넘보다가 자식들을 죽이겠는가”라며 거절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직결되는 유엔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는 2년 연속으로 빠졌다. 올해는 서해상에서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살된 만큼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음에도 외면했다. 정부는 올 초엔 14년간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했던 민간단체의 활동에도 제약을 가했다. 북한이 싫어하는 인권문제를 건드렸다가 대북 화해 추진에 차질이 생기는 걸 피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에 눈감는 건 곤란하다. 인권 문제를 앞세우고도 북한과 수교한 영국 독일 등 인권 선진국들이 북한 인권만 거론되면 움츠러드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겠는가. 인권외교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와 제대로 보조를 맞출지도 의문이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외면하면서 북한 정권의 환심을 사려는 식의 대북 지원은 인도적 지원이 아니라 정치적 지원이다. 이 모두가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있는 나라의 인권정책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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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지원#북한 인권#이인영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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