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본질 외면한 전세대책, 일 그르친 장본인들에 맡기니 그럴밖에

동아일보 입력 2020-11-20 00:00수정 2020-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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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까지 서울 등 수도권 2만4000채를 포함해 전국에 4만9000채의 공공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골자인 전세대책을 정부가 어제 내놨다. 72주 연속 상승한 서울 전셋값을 잡으려고 가능한 방법을 최대한 모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발표 전부터 정책 당국자들이 “묘책이 있다면 왜 안 내놨겠느냐”라고 실토할 정도여서 시장의 기대가 크지 않았는데 역시 뾰족한 대책은 없었다. 공공임대, 매입임대 활용, 중산층이 거주할 만한 30평형대 공공임대 조성 등은 ‘전세난민’ 수요 충족에 역부족으로 확인된 방안들이다. 호텔방을 개조한 5∼6평짜리 원룸주택은 ‘1인 청년가구’에게 일부 도움이 되겠지만 정상적인 생활형 주택으로 볼 순 없다.

맹탕 전세대책이 나온 건 전세 불안의 원인을 엉뚱한 데서 찾는 정부 여당의 태도 때문이다. 이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난의 주요 원인이 ‘기준금리 인하’와 ‘1인 가구 수 증가’ 탓이란 주장을 되풀이했다. 전세시장은 100% 실수요로 작동하는 시장이다. 금리가 낮다는 이유로 세입자들이 좋은 전셋집을 잡기 위해 ‘빚 경쟁’을 한다는 정부의 설명은 난센스다. 이번 전세대란은 신규·전세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데 재건축 실거주의무 강화, 다주택자 증세(增稅)로 인한 증여 증가로 전세 공급이 더 줄었고, 임대차 3법으로 눌러앉은 세입자까지 많아지자 몇 안 남은 전셋집을 차지하려고 세입자끼리 경쟁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충분한 사전 준비 없는 임대차 3법 도입은 정부 여당의 패착이다. 한번 시작하면 돌이키기 어려워 긴 충격을 남길 것이라고 숱한 전문가들이 경고했지만 ‘코드 정책’에 사로잡힌 정부 여당은 귀를 막았다. 그릇된 진단으로 시장을 왜곡한 장본인들이 내놓는 대책이 옳은 방향이기를 기대하는 게 어리석은 일일지 모른다. 책임자들을 경질하고 정공법을 써야 한다. 공급 규제를 완화해 선호지역에 아파트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확실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지 않고는 전세난은 종식시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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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책#수도권#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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