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공정위, 플랫폼 산업 특수성 제대로 고려 안해” 술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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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요기요 합병 제한에 우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배달의민족’(배민)을 인수하려면 자회사인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을 내걸자 정보기술(IT)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다음 달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 같은 판단이 확정될 경우 국내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매력이 떨어지는 등 투자 유치에 제약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IT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18일 공정위가 DH에 제시한 조건에 대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단체는 마켓컬리, 비바리퍼블리카 등 15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은 △공정위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을 과도하게 협소하게 판단했고 △성장 중이이서 경쟁이 심한 플랫폼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공정위가 플랫폼 산업의 독점 여부에 대해 지나치게 경직된 기준을 적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앱 산업을 음식주문 배달 영역으로만 한정하면 독점이 되지만 범위를 조금만 넓혀서 보면 경쟁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진입 장벽이 높지 않고 변화가 심한 플랫폼 산업의 경우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한순간에 없어질 수도 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9월 기준으로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의 점유율은 59.7%, DH의 요기요(30.0%)와 배달통(1.2%)을 더하면 90%를 넘어 명백한 독과점 사업자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쿠팡이츠(6.8%) 등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쟁환경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지역에선 최근 쿠팡이츠가 요기요의 점유율을 넘어섰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배달앱 관계자는 “배달앱 이용자 상당수는 충성 고객이 아니어서 프로모션, 할인율 등에 의해 점유율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들은 공정위의 이번 판단으로 스타트업의 성장과 투자 전략에 제약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기도 한다. 스타트업들은 기업 가치를 높인 뒤 국내외 대기업이나 투자자본에 매각하는 방식의 성장 전략을 주로 쓴다. 하지만 신산업에 대해서도 기존 산업에 적용하는 규제 논리를 적용하고 스타트업의 사업 범위를 좁게 본다면 M&A 대상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판단에 대해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의 심사보고서 내용이 공개된 뒤 독일 증시에서 DH 주가는 13일 6.5% 빠지는 등 2거래일 동안 9.1% 하락했다. DH 측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요기요 매각 요구는 최종 결정이 아닌 권고사항”이라며 “공정위와 논의를 통해 다음 달 9일 공정위 전원회의 전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신산업에 대해서만 예외를 허용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가 최근 세계 각국의 규제당국이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에 대해 경계를 강화하는 흐름을 고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위반 혐의로 소송을 냈고 유럽에서도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반독점 위반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이건혁 gun@donga.com / 세종=남건우 기자
#공정위#플랫폼 산업#특수성#배민#요기요#합병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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