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길거리의 주인 없는 금전수에 애정을 주는 만큼 우리 집 거실에 있는 선인장에도 많은 관심을 줬다. 평소보다 더 자주 살펴보고 흙 상태를 보면서 물도 더 자주 주고, 평소보다 더 애정을 줬다고 생각했는데 여름 내내 상태가 좋지 않던 선인장은 결국 밑동이 썩었는지 고개를 90도로 숙이고 죽어버렸다. 아, 길거리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금전수도 잘 버티는데 거실에서 안전하게 자란다고 생각했던 선인장이 먼저 죽다니, 식물에게 ‘안전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두는 게 저들에게는 안전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고 올겨울은 예년보다 추울 거라는 일기예보를 들을 때마다 난 그 녀석이 걱정됐다. 집으로 가져와야 하나? 아니다. 내 소유도 아닌데 내 맘대로 집으로 가져올 수는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며칠 바짝 추웠던 추위가 가고 다시 햇살 좋은 가을의 나날들이 계속됐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그 녀석 곁을 지날 때마다 금전수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지나갔다. 그런데 며칠 전 금전수 앞에 할머니 한 분이 고개를 숙이고 계시길래 유심히 쳐다봤더니 할머니께서 은색으로 된 방한용 스펀지를 화분에 둘러주고 계셨다. 끈 묶는 걸 도와달라고 하셔서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방한용 스펀지를 바닥까지 잘 감싸서 끈으로 튼튼하게 묶어 줬다. “고마워요. 그냥 두면 얼어 죽을 거 같아서요.” 아, 나 말고도 애정을 갖고 이 녀석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또 있었다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겨울을 버티든 못 버티든 그건 이 녀석의 몫이었다. 억지로 안전을 제공하는 것보다, 그대로 두고 지켜봐주는 게 이 녀석을 위한 애정일 수도 있으니까. 올겨울을 꼭 이겨내길 바라본다.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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