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기근바이러스[횡설수설/김영식]

김영식 논설위원 입력 2020-11-17 03:00수정 2020-11-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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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8월부터 ‘먹방(먹는 방송)’ 단속에 나서면서 1인 방송들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낙타 한 마리를 통째로 구워서 먹거나 돼지고기 100인분을 한꺼번에 요리하던 동영상 등은 속속 사라졌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 영향을 받는 만큼 경각심을 가지라”며 음식 낭비를 줄이라고 지시한 뒤에 벌어진 일이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14일 내년에는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기근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밀 가격이 60% 급등한 남수단, 감자 및 콩 가격이 20% 이상 오른 인도 미얀마 등 30여 개국은 벌써 기근을 겪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코로나로 식량 생산과 공급이 줄면서 세계 기아 인구가 당초 예상했던 1억3000만 명의 두 배가 넘는 2억7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페니실린 항생제가 대량 보급된 1940년대 이후엔 지구촌에서 전염병으로 인한 대규모 기근은 사실상 사라졌다. 1930년대 우크라이나 인구의 20%가량이 희생된 대기근은 소련의 과도한 식량 징발 등 정치적 압박에 따른 비극이었다. 20세기 들어 전쟁을 제외하고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인류를 집단적 기근으로 몰아넣은 사례는 없었다. 국지적으로는 1984년 가뭄으로 아프리카 상당수 국가들이 기아에 허덕였지만, 극심한 영양 부족을 겪는 세계 인구는 1970년의 28%에서 2015년 11%로 급속히 감소해왔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이런 흐름이 바뀌고 전쟁에 버금가는 기근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WFP가 경고한 것이다.

▷팬데믹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조치는 극빈국과 저소득층에 더 큰 고통을 가한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는 화물선을 구하지 못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농업 강국들은 올봄부터 곡물 수출을 제한했다. 베트남은 쌀을, 러시아는 밀 쌀 보리 등의 수출을 막았다. 식량 수확 사정이 나은 나라에서도 유통망 붕괴로 농산물 판로를 찾지 못해 밭을 갈아엎는 사태가 벌어졌다. 봉쇄령이 내려졌던 인도의 농촌 지역 들판에는 토마토와 바나나가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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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노벨위원회는 WFP에 기근 퇴치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해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면서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식량이 백신”이라고 했다. 팬데믹은 과거 전쟁이 초래한 것보다 더 파괴적인 식량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도 협력 대신 자국 이기주의에 몰두하는 국가들이 늘어난다면 굶주림도 감염병처럼 전파될지 모른다. 코로나를 버티는 것도 힘든데 기근까지 확산되는 최악의 시기가 곧 닥쳐올 것이라는 경고가 무겁게 다가온다.
 
김영식 논설위원 spear@donga.com
#중국 먹방 단속#기근 바이러스#식량 위기#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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