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영민-아키바 ‘핫라인’ 가동… 4개월전부터 징용 해법 협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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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해결해 보자” 분위기 확산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사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월경부터 직접 통화를 하며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다음 달 방문하는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들과 면담을 하는 방안에 대해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 실장과 아키바 차관이 각각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의중을 담아 소통에 나서고, 한일 의원들의 교류도 재개되면서 장기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징용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분위기가 양국에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가 총리와 가까운 일본의 외교 소식통은 29일 본보와 만나 “아키바 차관이 스가 총리의 의중을 실어 노 실장과 직접 통화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외교 의전상 아키바 차관의 카운터파트는 한국 외교부 1차관이다. 소식통은 “아키바 차관은 스가 총리의 외교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총리관저와 청와대가 직접 소통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노 실장과 아키바 차관의 핫라인이 열린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시절인 6월경부터다. 외교 경험이 적은 스가 총리가 취임하면서 외무성에 힘이 실렸고, 징용 문제와 관련해 아키바 차관의 영향력도 더 커졌다.

외무성 관계자에 따르면 아키바 차관은 징용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대한(對韓)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는 한일의원연맹의 간부들은 다음 달 12∼14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소식통은 “스가 총리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김 의원과 만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양측이 조율하고 있다”며 “스가 총리가 한국 의원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한일 간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주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스가 총리가 김 의원 일행을 만난다면 지난해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징용 해법으로 제시했던 소위 ‘문희상 안’을 재추진해 줄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문희상 안은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으로 재단을 설립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29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간 국장급 회의에서는 징용 해법에 대해 견해차를 줄이지 못했다. 일본 측은 ‘소송을 당한 일본 기업이 금전적 부담을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해법이 있어야 스가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의로 방한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화로 해결하자는 데는 양측이 공감해 한일 간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왔다. 협의가 끝난 뒤 외교부 당국자는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그동안 안개가 끼어 있다가 걷혔는데 앞은 뻘밭, 지뢰도 있지만 어떻게든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일본 입장이) 해결을 해야겠다는 의지의 수준이 조금은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생각된다”고도 했다.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지금이 징용 문제 해결의 최적기’라고 분석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내년이면 한국에서 서울·부산시장 선거, 일본에서도 총선이 있기 때문에 한일이 정치적 타협을 하기 힘들다”며 “올해가 징용 문제 해결에 최적기”라고 말했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일본 게이오대 교수도 “징용 해법을 새롭게 만드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나온 안을 재조합하면 된다”며 “한일 간 신뢰만 있으면 충분히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석 bsism@donga.com·박형준 특파원 / 최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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