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갔던 서훈 안보실장, 귀국길 도쿄 들렀더라면[광화문에서/윤완준]

윤완준 정치부 차장 입력 2020-10-29 03:00수정 2020-10-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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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정치부 차장
“아직도 한국의 내 카운터파트(대화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올해 1월 일본의 국가안보회의(NSC)인 국가안전보장국 주요 보직에 임명된 한 인사가 한 달 뒤인 2월 주변에 한 말이다. 최근 만난 한일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이 전해준 얘기다.

일본이 지난해 7월 한국에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강행한 뒤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 측과 접촉하려 했으나 전화 통화가 되지 않았다고 주변에 털어놓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해외 공관장으로 나가 있는 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는 청와대 근무 시절 “국가안보실에서 논의하는 내용 50%는 북한, 미국이 30%, 중국이 20%다. 일본은 없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그만큼 우리 정부와 일본 사이에 의미 있는 소통 채널이 답답할 정도로 막혀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9일 한일 국장급 회의가 8개월 만에 열린다. 실무급 협의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깜짝 해결책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의 마땅한 해법이 보이지 않자 외교부 일각에서는 차라리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 한일 관계에 ‘끝장’을 본 뒤 새로 시작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자조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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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음 달 미 대선 결과가 한일 관계 향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동맹과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한일 관계 개선 압박이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도 위안부 문제로 평행선을 달린 한일 양국 정상에 관계 개선을 요구했다. 한일 관계를 결과적으로 방치하다시피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더라도 반중(反中) 전선 결집을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을 주문하고 나설 것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보다는 차라리 일본을 구워삶아 끌어들이는 게 낫다”는 지론을 주변에 피력했다고 한다. 북한 인사들과 꾸준히 접촉 중인 대북 소식통은 “정부가 강조하는 남북 협력을 위해서라도 일본과 관계 회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야 일본이 미국에 남북 협력을 반대하지 않고 지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도쿄 올림픽 흥행을 위해 북-미 정상이 참석하게 하려면 일본 정부도 한국과 협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결국 정부는 일본이 싫어도 국익을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일 관계를 풀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식통들은 지금 한일 관계를 풀어가려면 오히려 자민당보다 공명당과 적극적으로 접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가 요시히데의 집권은 자민당보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지지가 결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스가 총리가 공명당의 얘기를 더 귀담아들을 수밖에 없는 역학관계라는 얘기다.

한일 관계를 잘 아는 인사들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했다 돌아오는 길에 일본을 찾았으면 스가 정권 초기 긴밀한 소통 체제를 다지는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스가 총리가 서 실장을 높게 평가하고 카운터파트인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과도 좋은 관계라 하지 않았던가.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서훈 안보실장#지소미아 종료#한일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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