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감사” 해외 6·25참전용사의 한글편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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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 “6·25 보은” 방역품 보내자… 그리듯 한글로 직접 쓴 감사 인사

7일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멜레세 테세마 회장이 자신이 쓴 한글 손편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칠곡군 제공
7일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멜레세 테세마 회장이 자신이 쓴 한글 손편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칠곡군 제공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도움믈(을) 주신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 여로(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언뜻 보면 한글을 막 깨친 어린아이가 쓴 글처럼 보인다. 한 글자 한 글자에 정성이 가득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서툰 글씨와 맞춤법으로 손편지를 쓴 주인공은 멜레세 테세마 에티오피아 6·25 참전용사회 회장(90)이다. 멜레세 회장은 한글날을 이틀 앞둔 7일 한글로 쓴 손편지를 사진으로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경북 칠곡군에 전달했다. 칠곡군은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이었던 다부동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에티오피아 병사들은 이 전투에서 수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칠곡군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4월 ‘6037 캠페인’을 진행했다. ‘6037’은 6·25전쟁에 참여한 에티오피아 병사의 수를 의미한다. 칠곡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목표했던 마스크의 5배인 3만 장이 모였다. 칠곡군은 이 마스크와 방역물품을 6월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에 전달했다. 멜레세 회장은 방역물품을 전해준 대한민국 국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직접 한글로 손편지를 썼다.

그가 생전 처음으로 한글로 손편지를 쓴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에티오피아는 암하라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 한국에 수차례 방문해 한국인 참전용사들과 만남을 가졌는데 말과 글이 서로 통하지 않았다. 자신의 진심을 한국인 참전용사들에게도 전하고 싶어 직접 한글로 손편지를 쓴 것이다.

멜레세 회장은 영어로 편지를 작성한 후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자원봉사자에게 번역을 요청했다. 마치 그림을 그리듯 종이에 옮겨 써 손편지를 완성했다. 멜레세 회장은 “한글의 모양이 규칙적이고 체계적이라 따라 쓰기가 어렵지 않았다. 한국만큼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한글날을 앞두고 한글로 쓴 손편지를 받게 돼 더욱 뜻깊다.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모든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일에 계속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칠곡=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코로나19#마스크#참전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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