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어메니티 사라진다… 환경을 생각하는 호텔업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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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니티 마케팅 펼치던 호텔… 일회용품 줄이기에 적극 동참
샴푸 등 대용량 용기로 바꾸고 폐리넨-비누 활용 프로모션도

어메니티(amenity·편의용품). 특급호텔에서 만나는 작고 고급스러운 편의용품이다. ‘객실 서비스의 꽃’이라고 불리며 호텔의 품격과 분위기를 나타내는 수단 중 하나로 여겨졌다.

어메니티는 사전적 의미로 생활 편의 시설을 나타내며 호텔에서 제공하는 샴푸·린스 등을 작은 병에 담은 물품을 의미한다. 일회용 면도기나 치약·칫솔, 머리빗 등 투숙객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물품을 포함하기도 한다.

호텔들은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한 샴푸와 클렌저, 보디워시 등을 객실 내 욕실에 비치해뒀으며 각 호텔들의 어메니티를 기념품처럼 수집하는 투숙객들도 있다. 그러나 ‘고급스러움’ ‘품격’에 집중한 어메니티 마케팅을 선보이던 호텔업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호텔업계도 일회용품 퇴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미 해외 글로벌 호텔들 사이에서는 일회용품 퇴출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일회용으로 제공됐던 샴푸, 린스, 샤워젤 등을 펌핑 타입 용기로 대체하며 객실 내 비치된 일회용 욕실용품 퇴출에 앞장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으로 북미지역 1000여 개 호텔 내 어메니티를 대용량 용기로 교체했으며 이를 통해 연간 플라스틱 쓰레기를 약 30%인 907t가량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가 소속된 IHG Hotels Group(이하 IHG)은 글로벌 호텔 브랜드 최초로 2021년까지 욕실에서 사용하는 샴푸, 컨디셔너, 보디워시, 보디로션 등 욕실 어메니티 플라스틱 개별 용기 사용을 제한하고 모든 어메니티는 친환경 대용량 용기로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환경부가 ‘제16차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계획 이후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22년부터 50실 이상의 숙박업, 2024년부터 모든 숙박업에서 일회용 위생용품을 무상 제공할 수 없게 될 예정이다.

호텔업계는 이처럼 강화된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호응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회용 용기의 어메니티를 객실마다 비치하거나 투숙객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어메니티 사용을 지양하도록 유도하는 등 일회용 어메니티 사용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롯데호텔 부산은 ‘에코 프랜들리’ 캠페인의 일환으로 객실 내 일회용 칫솔 세트, 면도기, 빗 등 어메니티를 비치하지 않고 요청하는 고객 대상으로만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어메니티를 추가로 요청하지 않은 투숙객은 객실 내 비치된 나뭇잎 모양 자석을 1층 프론트 데스크 옆 에코 스탠드에 부착해 캠페인 참여를 인증할 수 있다. 롯데호텔 부산은 본 캠페인을 통해 일회용 어메니티의 사용량을 줄이고 일정 금액을 환경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부터 국제 환경 인증 친환경 칫솔만을 사용하고 있다. 친환경 칫솔은 기존 일회용 칫솔보다 단가가 약 1.2배 높지만 환경과 고객 가치를 생각하는 워커힐의 사회적 가치 전략하에 전부 교체했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1년 이내 국내외 호텔 숙박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환경 이슈’ 및 ‘호텔 어메니티’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84.3%가 일회용 호텔 어메니티를 없애야 할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약 61.7%가 대용량 패키지 형태의 어메니티를 제공하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에 사는 안다영 씨(38)는 “예전에는 호텔에 방문하면 어메니티를 넉넉하게 요청해서 사용하고 남는 제품은 호텔 기념품처럼 집에 챙겨오곤 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국내외에서 일회용품 퇴출에 대한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되도록이면 사용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건축-어메니티 등에 자연과의 조화 담아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

옛 맥국의 갈왕이 고된 전쟁을 피해 숙면을 취했다는 강원 정선군에 위치한 파크로쉬는 차분한 쉼의 향기가 느껴지는 호텔러 건축과 어메니티 프로그램 등에 자연과의 조화로움이 잘 스며있는 곳이다.

파크로쉬는 건축가 류춘수, 세계적인 아티스트인 리처드 우즈 등 전문가들이 기획은 물론이고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정선의 자연환경과 천지의 기를 조화시킨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파크로쉬는 설립 이래로 질소산화물(NOx) 저감효과가 높은 친환경 보일러인 저(低)녹스보일러를 사용 중이다. 호텔 내의 모든 전등은 에너지 절감에 효과적인 발광다이오드(LED)로 필요한 만큼의 밝기를 선택해서 사용함으로써 40∼50%의 절감효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자연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파크로쉬는 리조트 운영에 있어서도 친환경적인 요소들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파크로쉬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로쉬카페’에서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테이크아웃 메뉴 포장 용기를 옥수수 추출물을 더한 친환경 용기로 교체하고 생분해성 소재인 사탕수수 원료 빨대를 사용하는 등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있다.

객실 내 어메니티는 호주의 친환경 브랜드 이솝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환경을 고려한 성분과 포장용기를 활용하는 이솝은 친환경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한 파크로쉬와 좋은 조화를 이룬다.

지역과의 상생을 위한 노력에도 적극적이다. 2월부터 파크로쉬가 위치한 강원 정선의 협력 농가에서 수확한 ‘친환경 우렁이쌀’을 판매하고 있다. 투숙객들이 일상으로 돌아간 뒤 평소 식생활에서도 웰니스 여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무농약 우렁이농법으로 재배했으며 제품 구매 시 파크로쉬 로고가 프린팅 된 에코백에 담아 제공한다.





▶추석맞이 친환경 숙박 프로모션 선보여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는 시즌마다 투숙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숙박 프로모션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투숙객 대상으로 ‘2020 친환경 호텔 캠페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연박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10월 31일까지 호텔에서 2박 이상 투숙하는 고객 대상으로 폐리넨, 폐비누를 업사이클링한 인형, 앞치마, 고체 방향제를 제공한다.

프로모션 기간 동안 호텔에 투숙하는 고객은 호텔 객실 안에서 탁 트인 도심 전경을 볼 수 있는 29층 이상에 위치한 디럭스 객실에서 호캉스는 물론이고 조식이 포함된 연박 상품 이용 시 9월 27일부터 10월 4일까지 추석을 맞아 만 12세 이하 어린이 2명까지 무료 조식 혜택이 제공된다.

올해 추석에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언택트 추석 트렌드로 도심에서 소소하게 호캉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친환경 호텔 캠페인’의 의미와 취지를 알릴 수 있는 이번 프로모션이 더욱 큰 의미를 지닐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절감을 통한 환경 보호에도 적극적이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은 2018년 12월 수열히트펌프 및 공기열 히트펌프를 설치해 운영해오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19년에 전년 대비 약 17%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또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은 2017년, 2018년에 ‘지구촌 전등 끄기(Earth Hour)’에 참여해온 바 있다. 이 캠페인은 세계자연기금(WWF) 주최로 2007년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인 행사다.

국내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8개 호텔은 이 행사에 꾸준히 참여해온 가운데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은 2018년 외부 호텔 로고 사인 소등, 클럽 라운지 및 피스트, 로비 라운지, 바 등 레스토랑에서는 소등 또는 조명을 최소화하고 촛불을 사용해 고객과 함께 하는 친환경 캠페인을 펼친 바 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공기업#기업#친환경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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