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철’ 문제 해소해야”-“정부가 지원해줘야” 전문가도 다른 생각

특별취재팀 입력 2020-09-14 03:00수정 2020-09-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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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극과 극이 만나다]노년권익운동가의 복지론
“55세 은퇴 시작 65세 연금 수령 소득공백 커… 노인 무임승차 필요”
교통제도전문가의 역차별론
“2030년 4명 중 1명 노인 시대… 인구구조 바뀌어 청년부담만 늘어”
노년층을 위한 노동조합인 노년유니온의 고현종 사무처장(왼쪽)과 교통제도 전문가인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미디어예술대학장(오른쪽). 젊은 시절 공사장을 전전하다 노인 복지에 투신한 고 처장과 프랑스에서 교통 분야 석·박사 학위를 딴 홍 학장은 삶의 궤적만큼이나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제대로 벼린 칼들이 부딪치자 불꽃이 튀었다.

노년층 권익 보호에 앞장서 온 노조 사무처장과 오랫동안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제를 반대해온 교통제도전문가.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한옥에서 만난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54)과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미디어예술대학장(60)은 무협지 고수처럼 ‘정중동’의 긴장이 팽팽했다.

정치·사회 성향조사에서 고 처장은 진보에서 5번째, 홍 학장은 보수에서 21번째. 74의 격차만큼 생경한 건, 보수적인 홍 학장이 노인 혜택을 반대했고 진보 성향인 고 처장이 옹호했단 점이다.

▽고=어르신 한 분을 챙기고 오느라 좀 늦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자리가 끊겨 굶다가 쓰러지셨죠. 한국 노인 2명 중 1명이 이분처럼 빈곤해요.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죠. 지하철 무임승차 덕에 여기저기 다니는 게 여가의 전부인 분들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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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구 구조가 바뀌었는데 언제까지 예전 제도를 그대로 둡니까.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제는 1980년대에 시작됐어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5% 안팎일 때죠. 지난해 벌써 15%를 넘었어요. 실제 지하철 노인 탑승객은 15%보다 훨씬 많죠. 오죽하면 지하철 1호선을 ‘노인철’이라 부르겠어요. 2030년이면 네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시대가 열립니다.

▽고=지하철을 유료화하면 많은 노인들이 집에만 머물게 돼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은 하루 종일 2000, 3000원 법니다. 집에만 있으면 고독으로 우울증도 오겠죠. 가뜩이나 높은 노인 자살률이 더 오를 겁니다.

▽홍=서울 지하철 요금이 최대 300원까지 또 오른단 말이 나옵니다. 노인들이 돈을 냈더라면 요금을 올릴 필요가 있었을까요.

▽고=10명이 타고 가는데 노인 2, 3명이 더 탄다고 해서 지하철 운행 비용이 느는 건 아니잖아요. 적자 문제는 이를 메울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서울교통공사를 도와줘야죠.

▽홍=코로나19 영향으로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기피해 해마다 5000억 원이 넘던 지하철 적자 폭이 올해는 더 커졌어요. 젊은층이 지금보다 부담을 더 져야 한다면 불만이 커질 겁니다. 노년층에 대한 반감도 심해지고요. 노인 스스로가 떳떳하게 대우받기 위해선 100원이라도 내야 해요. 게다가 지하철은 대도시에만 있어요. 지방 사는 노인에겐 역차별이죠.

▽고=세대 갈등이라면 청년과 노년이 단절돼 있는 게 더 문제죠. 지하철에서라도 더 자주 만나게 해야죠. 왜 무임승차가 필요하냐고요? 요즘 노동시장의 현실을 보세요. 55세부터 은퇴가 시작돼요. 연금은 65세부터 받죠. 소득 공백이 큽니다. 이를 해소할 대책부터 내놓고 무임승차를 없애든지 해야죠. 정년을 늦추거나, 아예 폐지하든지요.

▽홍=정년이 늘어나 나이 든 분들이 계속 자릴 지키면 청년 일자리는 그만큼 줄어요. 이게 바람직한가요?

▽고=청년에게 ‘내가 노년이 돼도 잘살 수 있겠구나’란 희망을 줄 수 있죠. 주던 혜택마저 없애면 그 아래 세대는 ‘우린 그마저도 못 누리나’ 하며 박탈감을 느낄 텐데요.

▽홍=그렇게 안 느끼게 예측 가능한 비전을 보여주는 게 정부 역할이죠. ‘2030년에는 어떻게든 되겠지’ 이런 게 깔린 복지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아요.

1시간 40분간 이어진 대화는 결국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오히려 이 간극을 메우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고개를 끄덕인 순간도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제를 쉽사리 손보기 힘들 거란 전망이다. “역대 모든 정권이 관련 제도를 고치려 했지만 실패했죠.”(홍 학장) “2022년에 대통령선거예요. 어느 정당이 ‘200만 노인 표’를 포기하려 하겠어요.”(고 처장)

○ 특별취재팀

▽지민구 이소연 한성희 신지환(이상 사회부) 조건희 기자
▽방선영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4학년, 허원미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 졸업, 디지털뉴스팀 인턴기자

특별취재팀 dongatal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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