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원 싸다길래” 점심시간 짬내 강남서 마포까지 ‘원정 주유’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7일 01시 40분


[美-이란 전쟁] 시민들 “1900원 넘다니” 쇼크
택배 등 생계형 운전자들 한숨만
화물차 기사 “月 200만원 더 들듯”

6일 서울 강서구의 한 주유소에 L당 판매가격이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비싸게 표시돼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6일 서울 강서구의 한 주유소에 L당 판매가격이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비싸게 표시돼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6일 낮 12시경 서울 마포구의 한 주유소 앞. 차량 10대 이상이 도로 위로 길게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의 L당 휘발유 가격은 1719원. 인근 주유소보다 200원가량 싸다는 정보에 운전자들이 몰린 것이다. 강남구에서 왔다는 자영업자 정진동 씨(81)는 “강남은 기름값이 너무 비싸 일부러 짬을 내서 찾아왔다”며 “하루에 300km 정도를 운행해야 하는데 기름값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이 L당 1900원대를 넘어섰다. 시민 사이에서는 조금이라도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 헤매는 ‘원정 주유’가 일상이 됐다. 스쿠터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이유지 씨(29)는 “평소 5000원이면 기름을 가득 채웠는데 이제는 어림도 없다”며 “지갑을 가볍게 하려고 장만한 스쿠터인데 기름값이 오르니 주머니 사정이 막막하다”고 했다.

휘발유 가격이 1700원대인 또 다른 주유소 직원은 “여기는 역세권이 아니라 단골만 찾아오는 곳이었는데, 오피넷(유가 정보 사이트)을 보고 저렴한 주유소를 찾는 손님이 늘면서 인근 사거리까지 자동차가 줄지어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주유소 직원은 “점심시간에 짬을 내 기름을 넣으러 오는 손님이 많아지면서 매일같이 장사진을 이룬다”고 했다.

생계형 운전자들도 유가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 안산시에서 화물 운수업체를 운영하는 봉모 씨(51)는 “운임은 그대로인데 며칠 사이에 기름값이 뛰면서 25t 트럭 1대당 월 운영비만 200만 원 가까이 늘어날 것 같다”고 걱정했다. 택배 기사 최근삼 씨(54)는 “기름값이 오르면서 한 달 평균 30만 원 정도 들던 기름값이 이번 달에는 8만 원가량 더 나올 것 같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음식 배달 기사 최수현 씨 역시 “기름을 덜 쓰려면 천천히 달려야 하는데 배달 특성상 그럴 수도 없다”며 “매일 기름을 넣어야 하는데 저렴한 주요소를 찾아다닐 시간도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국제 유가 선물 가격이 오르자마자 국내 주유소 가격이 즉각 반영되는 것을 두고 ‘꼼수 인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수개월 전 수입한 재고 물량까지 가격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주유소 업주들은 “우리도 시스템의 피해자”라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40대 박모 씨는 “주유소는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먼저 받은 뒤 월말에 확정된 가격을 치르는 ‘사후 정산’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며 “기름값이 오르면 판매가가 상승해 손님이 줄고, 정산 시점의 불확실성도 커지기 때문에 결코 반가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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