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m 파도 덮친 임원항… 상가 쑥대밭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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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마이삭’ 전국 곳곳 할퀴고 가, 공포의 1시간… 선박 11척 전복
“지진해일후 이렇게 큰 파도 처음”… 부산 101층 ‘엘시티’ 외벽 일부 뜯겨
베란다 깨진 유리창에 60대 사망… 신고리 1호기 등 원전4기 정지

3일 강원 삼척시 원덕읍 임원항에서 너울성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들이치고 있다. 바다 위는 파도에 휩쓸려 온 쓰레기로 뒤덮였다. 삼척시 제공
3일 강원 삼척시 원덕읍 임원항에서 너울성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들이치고 있다. 바다 위는 파도에 휩쓸려 온 쓰레기로 뒤덮였다. 삼척시 제공
제9호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3일 오전 강원 삼척시 원덕읍 임원항의 모습은 처참했다. 횟집이 즐비했던 인근 상가는 물이 빠지면서 온갖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밧줄로 꽁꽁 묶어놨던 몇몇 어선은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뒤집혀 있었다. 도로 아스팔트는 깨지거나 한쪽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 흉물스러웠다. 상인들은 흙 범벅이 된 가재도구들을 씻어내고 닦느라 분주했다.

최고 8m에 이르는 파도가 평온했던 임원항을 덮친 시간은 이날 오전 6시경. 성난 파도는 1시간 정도 거침없이 몰아쳤다. 콘크리트 구조물인 테트라포트를 넘어 항구 안쪽까지 날아들었다. 항구에 정박 중이던 선박들은 심하게 요동쳤고, 결국 11척이 전복되거나 물에 잠겼다. 상가 10여 곳이 침수됐고, 주차장은 어른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찼다. 서순교 원덕수협 총무과장(51)은 “지진 해일이 덮쳤던 1983년 이후 이렇게 큰 파도는 처음”이라며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어야 했는데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35.7m에 달한 부산에선 사망자가 발생했다. 오전 1시 35분경 사하구 한 아파트에서 60대 여성 A 씨가 베란다 유리창이 깨지면서 왼쪽 손목과 오른쪽 팔뚝을 베였다. 강풍에 베란다 창문이 심하게 흔들리자 테이프로 고정하려던 참이었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출혈이 심해 30분 뒤 숨졌다.

해안가 주변 건물 피해도 속출했다.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101층짜리 초고층 건물인 ‘엘시티’에선 강풍에 건물 외벽 타일과 시설 구조물이 일부 뜯겨 나갔다. 파편 중 일부가 호텔 ‘시그니엘 부산’의 수영장과 보행로로 떨어져 인명 사고가 날 뻔했다. 기장군 6성급 호텔인 ‘아난티코브’도 강풍에 외벽이 부서지고 유리창이 깨지면서 객실 안으로 비바람이 몰아쳐 투숙객들이 항의했다.

원자력발전소 4기도 멈췄다. 0시 59분 신고리 1호기가 섰고 13분 뒤 2호기가 중단됐다, 이어 고리 3·4호기가 차례로 정지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송전 선로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찾고 있다.

태풍이 가장 먼저 강타한 제주도의 피해도 컸다. 2, 3일 제주지역에 물폭탄이 떨어지면서 한라산 백록담 남벽의 강우량이 1037.5mm를 기록했다. 도로 침수 등 곳곳에 피해도 잇따랐다. 경기 이천에선 3일 오전 천연기념물 제253호인 신대리 백송(白松) 줄기 2개가 순간 최대 풍속 초속 22m의 강풍에 부러졌다. 197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백송은 수령이 약 210년 된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 / 삼척=이인모 / 구특교 기자
#태풍#마이삭#원전 4기 정지#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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