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버튼 누르게 하는 세 가지 조건[Monday DBR]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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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구독(定期購讀)’이라는 말은 본래 신문이나 잡지 등의 문자매체를 주기적으로 받아서 읽는다는 뜻이다. 요즘은 이 정기구독이라는 개념이 식품업계 등 다른 업계로도 확장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고객을 장기적으로 확보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동시에 고객의 구매 이력을 통해 취향, 구매 성향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다. ‘구독경제’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하지만 신문이나 야쿠르트같이 기존에 존재하는 정기구독(배송) 서비스 외에 우리 주변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새로운 정기구독 서비스는 생각처럼 찾기 쉽지 않다. 왜 구독 비즈니스 모델은 성공하기 어려운 걸까. 필자는 영국에서 차(茶)를 정기구독하는 서비스를 3년 동안 창업하고 운영했다. 이 경험을 통해 잘될 수밖에 없는 정기구독 서비스의 조건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잘되는 정기구독 서비스들은 대체로 가성비, 가심비, 확장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우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기본이다. 소비자들이 정기구독 서비스에 가장 처음 혹하게 되는 것은 이 특성 때문이다. 5월 버거킹은 햄버거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월 4700원을 내면 매장에서 먹을 수 있는 킹치킨 버거 쿠폰을 4개 받을 수 있다. 개당 약 1200원꼴이다. 이렇듯 소비자의 입장에서 “저렴하구나” 하는 느낌을 바로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정기구독 서비스의 두 번째 조건인 ‘가심비’, 즉 가격 대비 느끼는 만족감은 서비스 만족도와 연관이 크다. 소비자가 “서비스가 만족스러우니까 계속 구독을 유지해야지” 하는 결정을 내리게끔 해주는 것이 바로 ‘가심비’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소통과 공감이 키워드다. 서비스 프로세스의 단계마다 고객에게 말을 걸고, 고객을 챙기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가심비의 핵심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일상의 대화처럼 시사 이슈를 전달하는 뉴스레터 ‘뉴닉’을 예로 들 수 있다. 5월 기준 구독자 16만5000명을 확보한 뉴닉은 뉴스레터를 받아보는 사람들을 ‘뉴니커’라고 부르면서 특별한 멤버가 된 듯한 기분을 준다. 2019년 8월 독자들을 초대했던 창립 1주년 파티도 그 일환이었다. 가심비가 높은 서비스는 지속해서 충성도 높은 광팬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확장성이다. 정기구독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서비스를 탈퇴한다. 한 달 만이든, 1년 만이든 고객은 언젠가 이탈하게 된다. 그리고 한 번 이탈한 소비자를 다시 데려오기는 정말 어렵다. 이런 본질적 특성 때문에 정기구독 서비스는 지속해서 확장해야만 한다.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를 끼워 팔아서라도 고객이 떠나지 못하게 붙잡아야 한다.

꾸까라는 업체가 있다. 꾸까는 꽃을 정기구독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회원들에게 2주마다 새롭게 구성한 꽃다발을 보내주는데, 어버이날과 같이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콘셉트가 있는 꽃다발도 판매한다. 구독상품 외에 상시로 구매할 수 있는 꽃다발도 제공하고 있다. 또 꽃과 관련된 다양한 수업도 열고, 화병 같은 꽃 관련 기념품까지도 같이 판매하고 있다.

물론 가성비, 가심비, 확장성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한 번에 충족시키기 위해 처음부터 기업들에 손해 보는 장사를 시작하라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고객이 평생 자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얼마만큼의 돈을 쓸지(Life Time Value·고객 일생 가치), 그리고 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회사는 얼마나 돈을 써야 하는지(Customer Acquisition Cost·고객 취득 비용)를 예측해 손익계산서를 잘 두드려 봐야 한다. 그런데 단기간에 돈을 조금 더 많이 벌기 위해 고객을 유치하는 비용을 크게 줄이면 고객이 금세 이를 알아차리고 이탈할 확률이 높아져 구독 서비스 자체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0년 7월 15일자에 실린 ‘정기구독의 성공 조건은 ’가성비, 가심비, 확장성’을 요약한 것입니다.

김기태 언더독스 매니저 ted@underdogs.co.kr

정리=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정기구독#조건#비즈니스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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